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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정치’ 이낙연 “당권 출마 빨리 정리”…송영길ㆍ홍영표ㆍ우원식 ‘촉각’

중앙일보

입력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왼쪽 셋째)이 18일 광주 상무지구의 한 음식점에서 21대 총선 호남 지역 당선인들과 오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왼쪽 셋째)이 18일 광주 상무지구의 한 음식점에서 21대 총선 호남 지역 당선인들과 오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의 식사정치’가 이어지고 있다. 오는 8월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그가 출마해 판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등장할지가 관심사인 시점에서다. 분주해진 발걸음이 결국 ‘당권 도전’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말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18일 광주 상무지구 한 음식점에서 광주ㆍ전남 당선인 12명과 오찬을 함께 했다. 지난 7일 총선 낙선인들과의 오찬, 그리고 15일 자신이 후원회장을 맡은 당선인 13명과 점심을 함께 한 데 이은 식사 자리였다.

이 위원장은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5ㆍ18 광주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서 전당대회 얘기나 특정인에 관해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저도 안 꺼냈고 누구도 꺼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전대 출마 여부와 관련해 머지 않아 결정이 나올 거란 취지로 말했다. 이 위원장은 “(출마 여부는) 아직 안 정해졌다. 좀더 당 안팎의 얘기를 듣겠다”면서도 “너무 오래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일이기 때문에 빨리 정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을 잘 아는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에는 이 위원장이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사실상 당권에 도전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혀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의 이런 움직임에 같은 당 송영길ㆍ홍영표ㆍ우원식 의원 등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고심하는 모습이다.

호남 출신 송영길 "협력" 시사

송영길(5선·21대 국회 기준) 의원은 1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위원장이 전대에 출마한다면 나는 돕겠다. 최종적으로 우리는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송 의원은 최근 이 위원장에 "당 대표 출마를 결정하기 전 만나자"며 회동을 제의했다고 한다.

민주당 안팎에선 이 위원장이 출마를 결심하면 송 의원은 내년 3월로 예상되는 차차기 당 대표 선거를 겨냥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송 의원은 같은 호남 출신인 이 위원장과 지지기반이 겹친다. 또 2016·2018년 전당대회에서 낙마한 송 의원으로선 이번 전대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지 못할 경우 정치적 타격이 클 수 있다. 송 의원과 가까운 한 민주당 인사는 "신뢰를 갖고 나서면 이번이든, 다음이든 이 위원장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차기 민주당 당대표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되는 홍영표, 우원식, 송영길 의원(사진 왼쪽부터). [연합뉴스]

차기 민주당 당대표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되는 홍영표, 우원식, 송영길 의원(사진 왼쪽부터). [연합뉴스]

친문 좌장 홍영표, 출마 결행 '고심'

친문 직계 홍영표(4선)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 의지가 강했지만 최근 이 위원장 출마설이 돌자 기류를 살피는 모습이다. 홍 의원 주변에선 “당 진보·개혁 노선을 견인하기 위해 전대에 반드시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과 “민심과 상당수 당심(당원 여론)에서 인기가 많은 이 위원장을 넘기는 힘들다” 등 여러 조언이 혼재하고 있다고 한다.

홍 의원은 8월 전대에 나설 경우 첫 출마여서 송 의원과 같은 패배부담은 덜한 편이다. 다만 친문 조직표가 결집할지 미지수다. 민주당 내에선 2016년 전당대회 당시 친문 조직이 '대선 관리형 당 대표'로 추미애 후보를 밀어 당선시켰을 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가 나온다. 호남권 여권 인사는 "친문에 유력 주자가 없다. 친문 표가 이 위원장으로 이탈할 수 있다"고 했다. 만약 패배하면 차차기 전대까지 연달아 상당한 규모의 선거자금을 써야 한다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

2018년 8월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제3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추미애 전 대표로부터 당기를 전달받고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8월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제3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추미애 전 대표로부터 당기를 전달받고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조직기반 필요한 우원식, 주변선 "출마하라"

우원식(4선) 의원은 당내 개혁그룹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더좋은미래·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 30여명의 지지를 받는다. 최근 몇년 간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큰 힘을 발휘한 표다. 서울 출신 우 의원은 당원들의 표심을 좌우할 지역적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이낙연 변수와 상관없이 출마를 결행해야 지지기반을 닦을 수 있다"(서울이 지역구인 3선 의원)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주 우 의원은 호남 지역을 돌며 당선인들을 만나 눈도장을 찍었다.

홍 의원과 마찬가지로 당 대표 도전 경력이 없다는 점에서 패배부담이 덜하기도 하다. 다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로 비대면 선거운동 가능성이 큰 점은 변수다. 한 여권 인사는 "대면 선거운동이 어려우면 아무래도 대중성 있는 후보를 넘기 어렵다"고 했다. 우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정을 갖고 입장을 정하긴 어렵다.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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