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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언어로 암호통신병 활약···'6·25 숨은 영웅' 美 나바호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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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바호족 암호통신병.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바호족 암호통신병.

‘6·25 전쟁의 숨은 영웅’ 미국 원주민 나바호족(Navajo) 참전용사에게 마스크 1만장과 손 소독제 등 방역물품을 지원한다고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정세균·김은기)가 18일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겨내는 데 보탬이 되라는 차원이다. 물품 전달식은 20일 애리조나주의 나바호 네이션(자치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다.

고유 언어로 미 암호통신병 활약 #2002년 영화 ‘윈드토커’ 만들어져

주로 애리조나·뉴멕시코·유타 등 3개 주에 거주하는 나바호족은 6·25전쟁 당시 약 800명이 참전했다. 현재 생존 참전용사는 130명가량으로 알려졌다. 나바호족 참전용사들엔 암호통신병이 많았으며, 이들은 보병으로 전투를 치렀다. 이들 중 일부는 앞서 제2차 세계대전 때도 암호통신병으로 활약했다. 당시 일본군이 미군의 무선통신을 가로채는 일이 잦아지자, 미군은 나바호족의 고유 언어를 사용해 암호를 만들었다. 탱크는 나바호어의 ‘거북이’로, 폭격기는 ‘알을 밴 새’로, 기관총은 ‘재봉틀’로 부르는 방식이었다. 이후 일본군은 미군 통신을 쉽게 해독할 수 없었다.

6·25 전쟁 참전용사에는 나바호족의 ‘마지막 암호통신병’ 체스터 네즈(1921~2014)도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해병대 암호통신병으로 태평양 전선에서 싸웠던 네즈는 1952년 재입대해 6·25 전쟁에 참전했다. 네즈는 “다시 전쟁터에 나가는 게 내키지는 않았지만,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1년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미 의회 명예 황금훈장을 받았다.

나바호족 암호통신병의 존재는 1968년까지 미국 정부가 1급 비밀로 묶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의 얘기는 2002년 홍콩의 우위썬(오우삼) 감독이 윈드토커(Windtalkers)라는 영화로 제작하기도 했다. 국가보훈처는 지난 2016년 6·25전쟁 66주년을 맞아 나바호족 참전용사 35명에게 ‘평화의 사도 메달’을 전달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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