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혹스런 복지부] "내놓을 카드 없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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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입장은 한마디로 곤혹스럽다는 것이다. 의료보험 수가 인상.전공의 임금 인상.대체조제 환자 확인 등 여론의 뭇매와 약사회의 반발을 각오하고 회심의 대책을 내놓았으나 의료계가 거들떠보지도 않기 때문이다.

최선정(崔善政) 보건복지부장관은 "여론의 매를 맞을 각오로 진솔하게 임했다. 화가 난다" 고 했다.

그는 "10일 대책을 내놓을 때 종전과 달리 ´엄정 대처´ ´강경´ ´단호히´ 라는 말을 한마디도 안했다" 며 답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약사법 재개정에 대해서는 정치권이 나서주기를 기대하는 눈치지만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구속자 석방은 사법부의 눈치를 봐야 한다.

현 시점에서는 카드가 없다.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다 내놓았다는 입장이다.

전공의.전임의.의대 교수.의협 집행부 등 다양한 의료계 구성원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해 최대한 성의를 표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약사법 재개정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 고 못박았다. 의료계가 의도하는 바를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반영할 수는 있으며 의료계도 이를 알고 있다고 했다.

구속자 석방이나 수배자 해제 요구는 실리를 챙긴 의료계가 명분을 위해 던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2~3일 추이를 보겠다. 의료계 내부 정리가 필요하다. 지금은 강경파가 주도하고 있지만 온건파도 많다.

의료계도 여론의 압력을 무시하지 못할 것" 이라면서 끝까지 대화를 포기하지 않고 창구를 열어두겠다고 했다.

한편으로 법 집행의 불가피성을 넌지시 비쳤다. "의료계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을 기대하며 법 집행을 최대한 참고 있다" 고 했다.

지금 당장은 강경 대응으로 가지 않겠지만, 다음주 월요일(14일) 이 고비라고 했다. 그 이후에는 ´다른 카드´ 를 꺼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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