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있는데…" 일부 대형병원 정상진료

중앙일보

입력

11일 전국 의사들이 일제히 재폐업에 돌입해 외래진료가 중단된 가운데서도 일부 대형병원들은 정상진료를 계속했다.

특히 이날 오전 외래진료를 전면 중단했다 곧바로 정상진료를 재개한 병원도 있어 환자들에겐 ´단 비´가 되고 있다.

교수협의회 결의를 거쳐 이날 외래진료를 중단한다고 선언한 A대학병원 접수 창구에서는 오전 9시께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생후 10개월된 딸의 눈이 충혈돼 병원을 찾은 김모(32) 씨가 "오늘은 외래 환자를 받지 않는다"는 병원측 설명에 "어른도 아니고 어린 아기인데 사정을 좀 봐달라"고 애원했지만 결국 거절당한 것.

이에 분통이 터진 김씨는 "이 놈의 병원 부숴버리겠다"고 고함을 내지르고 발길을 돌렸다.

이렇게 환자들을 돌려보내던 A병원은 오전 10시께 각 과 의료진에게 ´진료를 재개하라´는 지침을 조용히 내려 보냈다.

이때부터 A병원은 병원 곳곳에 나붙은 병원장 명의의 ´외래진료 중단´ 대자보는 아랑곳없이 다시 환자들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 병원에는 오후 2시 현재까지 850여명의 환자가 찾아 평소보다는 적지만 전공의 파업 돌입후에 비해서는 환자수가 조금 늘어났다.

환자 양모(21) 씨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치료가 가능하다고 해 안심"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 고위관계자는 "아프다고 병원을 찾아온 환자들을 아무 치료도 받지 못하고 돌아가게 놔둘 수 없었을 뿐"이라고 진료 재개 이유를 밝혔다.

대형병원인 노원구 B병원은 아직까지 폐업 방침을 결정하지 않고 전공의를 제외한 의사들이 정상진료를 계속하고 있다.

또다른 대형병원인 중구 C병원 역시 일단 이번주까지는 정상적으로 진료한 뒤 상황에 따라 폐업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광진구의 중소병원으로 인근 주민들이 환자의 대부분인 방지거병원도 ´단골손님´들을 외면하지 못했는지 폐업에 동참하지 않았다.

이와함께 지난 1차폐업 당시에도 불참했던 성동구 성수의원 등 ´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 소속 상당수 의원들도 정상진료에 나서 환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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