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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당뇨·고혈압 같은 만성질환까지 잡는 비만대사 수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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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전문의 칼럼 정경욱 강북삼성병원 소화기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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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2차 당뇨수술 회담에선 비만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체질량지수에 따라 비만대사 수술을 일차 치료로 권고했다. 당뇨병 치료에 있어 파격적이라고 할 만한 조치다. 약제 치료를 먼저 시행하고도 당뇨 조절이 잘 안 되는 환자에서 비만대사 수술을 치료 방법 중 하나로 제시했던 2007년 제1차 회담 때보다 수술 친화적인 권고안이 승인된 것이다. 8년의 세월 동안 비만대사 수술이 당뇨를 비롯한 만성질환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증거가 차곡차곡 쌓인 결과다.

비만대사 수술은 위 일부를 절제하거나 십이지장을 우회해 위와 소장을 연결하는 위장관 구조 변화를 통해 장기적인 체중 감소를 유도하는 수술이다. 국내에 소개된 후 10여 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지방흡입술이나 지방융해술 같은 미용 시술과 혼동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비만대사 수술은 피하지방의 일시적인 감소와 몸매의 시각적 개선을 위해 시행하는 수술과는 전혀 다른 수술이다.

초창기에는 비만대사 수술이 단순 체중 감량과 감량 체중의 장기간 유지를 위해 시행됐다. 이 수술이 재조명받은 것은 비만대사 수술을 받은 환자에서 당뇨병·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이 호전되거나 치유되고 사망률이 감소했다는 장기 추적·관찰 결과가 보고되면서부터다. 특히 당 조절의 경우 단순히 체중 감량의 결과가 아니라 수술로 인해 장관의 구조와 호르몬 분비가 변화해 호전된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됐다.

의료는 변화하며 발전한다. 필자가 의과대학을 다닐 때는 불치병이라 배웠던 C형 간염도 치료약이 생겼다. 대학생 시절 당뇨병을 수술로 치료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사기꾼이라며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이제 현실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 1월부터 비만대사 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비만을 의지박약의 결과로 치부하며 ‘비만과 그에 동반된 만성질환을 수술로 치료한다’는 인식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많다.

반대로 비만대사 수술을 미용 수술로 착각해 급여 기준에 맞지 않는데도 수술을 원해 병원을 찾는 이들도 있다. 비만대사 수술이 급여화된 지도 이미 1년여다. 비만대사 수술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널리 알려져 좀 더 많은 병적 비만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혜택을 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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