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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비영리단체 1100억 횡령 발칵 "빈곤층에 쓸돈 직원이 썼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 미시시피에서 1000억 원대의 공금 횡령 스캔들이 벌어져 주 정부가 발칵 뒤집혔다. 빈곤층을 돕기 위한 지원금 가운데 9400만 달러(약 1154억원)를 비영리단체가 사적인 용도로 써버린 사실이 감사 결과 드러나면서다.

타임지 최신호(5월 18일)와 영국 인디펜던트지 등에 따르면 미시시피주가 빈곤층 지원 기금으로 조성한 1억 달러의 대부분인 9400만 달러를 교육 관련 비영리 단체가 엉뚱한 곳에 써버렸다. 104페이지짜리 미 연방 복지 보조금 감사 보고서에는 이 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자세히 기록됐다.

인디펜던트는 "이들은 자동차 속도위반 티켓·통신비, 자동차 구매, 콘서트, 로비스트 등에 돈을 써버렸다"면서 "미시시피 주 사상 최대 횡령 스캔들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 미시시피주에서 1000억원대의 횡령 스캔들이 발생했다. 전직 미식축구선수였던 브렛 파브르도 이 스캔들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페이스북]

미국 미시시피주에서 1000억원대의 횡령 스캔들이 발생했다. 전직 미식축구선수였던 브렛 파브르도 이 스캔들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페이스북]

미시시피주 감사관 셰드 화이트도 "9400만 달러가 개인 용도로 전환되어 가족과 직원의 친구들에게 지출되거나 낭비됐다"고 밝혔다.

펀드 운용에 관여됐던 비영리단체인 미시시피 교육센터 이사 낸시 뉴는 수백만 달러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낸시 뉴는 지원금으로 3대의 차량을 각각 5만 달러 이상을 주고 사들였다. 차량은 기관 소유로 등록되긴 했지만, 감사관들은 이 차들이 개인 용도로 쓰였다고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휴대전화 요금과 기타 비용도 이 펀드에서 지불한 것으로 파악됐다. 속도위반 딱지를 받고 지원금으로 벌금을 내기도 했다.

교육 관련 단체에 속한 낸시 뉴 이사는 미시시피 빈곤층을 위한 기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트위터]

교육 관련 단체에 속한 낸시 뉴 이사는 미시시피 빈곤층을 위한 기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트위터]

전직 미식축구 쿼터백이었던 브렛 파브르와 측근이 소유한 회사도 스캔들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낸시 뉴는 브렛 파브르가 소유한 '파브르 엔터프라이즈'에 110만 달러(약 13억5000만원)를 지불했다. 110만 달러는 파브르가 행사에서 연설하고 사인회에도 참여하는 대가로 주는 돈이었는데 정작 행사에 파브르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인디펜던트는 덧붙였다. 보도가 나오자 브렛 파브르는 돈을 다시 돌려주겠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이밖에도 기금이 새나간 곳은 다양했다. 미시시피 주 의원들을 위한 피트니스 프로그램, 종교 관련 콘서트, 미식축구 티켓 구매에도 쓰였다.

로비스트 고용 명목으로도 활용됐다. 하지만 감사보고서는 "정작 로비스트가 남긴 문건이 없어 로비스트에게 정말 돈을 쓴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시시피주는 미국 내에서 빈곤층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미시시피 주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주 인구의 20%는 빈곤층이다. "미시시피의 빈곤 문제는 미국 전역의 어떤 주보다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인디펜던트는 보도했다.

한편 이번 스캔들로 기소된 이들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인디펜던트는 덧붙였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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