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응급실인 응급의료헬기가 실제 병원 중환자실과 동일한 수준의 치료환경을 갖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헬기나 구급차로 이송한 위중한 환자와 같은 조건의 입원환자의 생존율을 비교했더니 차이가 없었다. 헬기 이송 등으로 인해 환자가 더 위험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삼성서울병원, 헬기 등으로 전원된 위중환자 생존퇴원율 비교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조양현 교수 연구팀은 2014년 1월~2016년 8월 체외생명보조장치(ECLS)를 단 채 삼성서울병원 응급의료헬기나 구급차로 이송된 환자를 분석한 결과를 12일 공개했다.
병원 측은 이 기간 체외생명보조장치를 달고 있는 환자 46명을 다른 병원에서 옮겨왔다. 하늘과 땅으로 모두 약 1만㎞를 이동했고, 이송에 60시간이 소요됐다. 30명(65.2%)은 헬기로 전원했다. 체외생명보조장치는 환자의 심폐기능을 대신하는 장치다. 이 장치를 달고 있는 환자는 전문적인 경험을 가진 의료진과 시설을 확보한 상급병원으로 옮기는 게 중요한데 환자를 옮기는 것 자체가 위험해 전원이 성사되기 어렵다.
연구팀은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에서 체외생명유지장치로 치료받고 있던 입원환자(148명)와 나이·성별·질병력 등 조건이 맞는 이송환자 44명을 추려 두 그룹 간 생존율을 비교했다. 생존퇴원율은 환자의 치료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지표다. 그랬더니 기존 병원 환자 그룹(64.2%)과 이송환자 그룹(63.6%)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조양현 교수는 “각 분야 전문가들로 꾸린 이송팀과 중증치료센터 구성원의 적절한 치료 덕분”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전문 이송팀은 타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중환자의 이송 의뢰가 있을 때 우선 다학제 회의(여러 전문과 의료진이 참여하는 회의)부터 연다. 이송팀에는 응급의학과·심장외과·중환자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체외순환사를 포함하고 있다.
병원 측은 가능한 한 빨리 환자가 있는 곳에 도달하려고 자체 운용하고 있는 헬기를 주로 이용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1996년 국내 처음으로 응급의료헬기를 도입했다.
조양현 교수는 “체외생명보조장치를 달 만큼 상태가 위중한 환자를 생명을 살리기 위해선 상급 병원 전원이 필수지만, 이송 그 자체가 부담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다학제팀을 꾸리고 충분한 시스템을 갖춘 기관이라면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유럽흉부외과학회지(European Journal of Cardio-Thoracic Surgery) 최근호에 실렸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