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비아저씨 억울함 풀어주세요" 靑 청원, 5만명 동의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에게 지속적인 괴롭힘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경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11일 해당 아파트 경비실 앞에 차려진 분향소에서 한 주민이 애도하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에게 지속적인 괴롭힘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경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11일 해당 아파트 경비실 앞에 차려진 분향소에서 한 주민이 애도하고 있다. 뉴스1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민으로부터 폭언·폭행 등에 시달리다 경비원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지자, 해당 아파트 단지 주민이 경비원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을 올렸다. 해당 청원은 등록 뒤 하루도 지나지 않아 4만 8000여명의 국민으로부터 동의를 얻었다.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저희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게시물 작성자는 경비원이 일했던 아파트 입주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청원인은 "우리 아파트 경비아저씨가 주차문제로 4월 말부터 20일 정도 말로 설명할 수 없이 힘든 폭언으로 인해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썼다. 그는 해당 경비원에 대해 "아파트뿐만 아니라 밖까지 청소하시는 등 정말 열심히 사셨던 분"이라고 소개했다. 아침마다 입주민들에게 먼저 인사를 하는 등 주민들에게 친절하게 대했다는 내용이다.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경비원 관련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경비원 관련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서울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해당 경비원은 지난달 21일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 이중 주차된 차량을 밀어서 옮기는 과정에서 한 입주민과 시비가 붙었다. 경비원은 지난달 28일 경찰에 입주민을 폭행혐의로 고소했지만, 경비원은 ‘역고소를 하겠다’는 협박 등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해당 경비원은 전날인 10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청원인도 지난달 주차 문제 때문에 사건이 발생했다며 입주민이 경비원을 근무시간에 몇 차례 때리고 폭언을 했다고 설명했다.

청원인은 "순진하고 연약한 분이 매번 폭언으로 힘드셨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찢어진다"며 "경비도 한 가정의 사랑받는 소중한 할아버지이자 남편, 아빠"라고 썼다. 그는 "입주민의 갑질이 없어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아파트 입주민들은 단지 내 경비실 앞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추모를 이어가고 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