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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소환에 증인석 앉은 이종석 헌법재판관 "통진당 소송, 배당 기억 못해 "

중앙일보

입력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청사(서울법원종합청사)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청사(서울법원종합청사) [연합뉴스]

이종석(59ㆍ사법연수원 15기)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심상철(63ㆍ연수원 12기) 전 서울고등법원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난 2월부터 네 번째 증인 소환 만에 이 재판관은 이날 증인석에 앉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윤종섭)는 11일 오전부터 심 전 법원장 등의 재판을 열고 이 재판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 재판관은 2015년 심 전 법원장이 서울고법원장으로 근무할 때 수석부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검찰은 심 전 법원장이 법원행정처 관계자로부터 “통진당 행정소송 항소심 재판부를 특정 재판부로 배당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통진당 사건에 미리 사건 번호를 부여하고 특정 부에 배당되도록 고법 배당 업무 관계자들에게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이 재판관은 수석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사건 배당 업무를 맡았다.

검찰은 이 재판관에게 2015년 12월 당시 통진당 행정소송 항소심이 고법에 배당될 때 심 전 법원장과 논의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이 재판관은 심 전 법원장과 통진당 사건 배당에 대해 논의하거나 별도로 지시받은 적은 없다고 답했다. 검찰이 배당 시스템을 시간대별로 분석하며 통진당 사건 배당이 다른 사건들과 달리 늦어진 것 아닌지 묻자 ”배당 시간은 기억하지 못하고, 늦게 배당한 이유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날 재판에는 검찰 수사가 시작될 무렵 심 전 법원장과 이 재판관이 두 차례 통화한 내용도 나왔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시작된 2018년 11월 심 전 법원장이 이 재판관에게 전화해 과거 사건 배당 및 수사 관련 말을 했고, 이 재판관은 내용은 잘 몰랐지만 “원장님 걱정하지 마시라, 원칙에 어긋나게 배당한 적 없다”고 답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회식 자리에 있어 제대로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말한 이 재판관은 다음날 심 전 법원장에게 다시 전화해 비슷한 취지로 말했다고 설명하면서 “통화 당시만 해도 수사받을 것이라고 생각 못 했고, 이렇게까지 진술하고 법정에 나올 줄 알았으면 자세히 기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재판관 “배당과정, 기억 없다…재판 지연 미안”

대심판정 입장한 이종석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대심판정 입장한 이종석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이 재판관은 “저도 법관으로 30년 일했고 수석부장을 서울고법에서 세 차례째 하고 있었다”며 “배당 규정을 어길 때는 매우 조심스럽게 검토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을 제가 알았다면 기억을 못 하거나 의식하지 않았다는 것은 스스로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증인신문이 끝나갈 때쯤 이 재판관에게 직접 질문을 했다. 재판부는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은 시간이 지나 기억이 흐려졌다는 것인지, 그런 일이 없다는 뜻인지 묻는다”며 “피고인과 통진당 사건 배당에 대해 논의하거나 지시받은 적 있는지에 대해 기억이 없다고 한 진술이 어떤 의미냐”고 말했다.

이 재판관은 “저도 증언을 처음 한다”며 “현재 기억으로는 그런 사실 자체가 없어서 그런 기억이 없다고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 재판관은 재판 끝에 “앞서 증인 신문에 불출석해 재판일정에 지장을 줘 미안하다”며 “공식적인 일정이 분명히 있어 출석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제가 배당 업무에서 원칙에 어긋나는 배당을 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고, 기억나는 대로 다 진술했다”고 증언을 마무리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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