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기형 치료시기 놓치면 평생 멍에

중앙일보

입력

얼굴 기형은 환자 뿐 아니라 가족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부모의 잘못으로 받아들여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이다.

특히 얼굴 기형은 미용 문제와 함께 기능 장애를 일으켜 환자의 삶을 더욱 피폐시킨다.

하지만 현대의학은 그동안 절망으로 살아왔던 얼굴기형 환자들에게 정상인과 같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문제는 적당한 시기에 치료를 받아야 기능을 보존하고 재활도 쉽다는 점. 얼굴기형 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찾아주는 재건성형에 대해 알아본다.

얼굴기형은 크게 뇌의 이상을 동반하는 머리부위 기형과 위턱.아래턱 등 머리 아래 부위의 기형으로 구분된다.

가장 흔한 얼굴기형은 주걱턱.무턱.악관절 강직증 등 턱기형. 태어날 때부터 이상이 생기기도 하지만 다치거나 염증, 한쪽으로만 계속 음식을 씹다가 생기는 습관 때문에 생기는 후천적인 경우도 있다.

다치지 않더라도 성장점 부위의 염증이 그 부위 뼈를 굳게 해 악관절 강직증이 생길 수 있다.

어릴 때 오른쪽 성장점 턱뼈를 다친 K군(20) . 자라면서 얼굴의 다른 부위는 제대로 성장하는데 반해 다친 성장점 부위의 뼈는 자라지 않아 턱 중심이 지나칠 만큼 오른쪽으로 치우친 데다 입을 벌릴 수 없을 정도로 치열도 맞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

덜 자란 오른쪽 턱뼈를 갈비뼈로 만들어 주고 붙어버린 턱관절을 떼어주는 수술을 받은 후 비뚤어진 치열을 바로잡는 교정치료를 받았다.

결과는 얼굴모양도 바르게 되고 입도 제대로 벌릴 수 있을 정도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인제의대 서울백병원 성형외과 백롱민교수는 "얼굴기형 수술은 얼굴 뼈를 제자리에 배치해야 하고, 머리 부분은 신경외과 뇌수술을, 턱뼈 이상은 치과 교정을 함께 받아야 하는 등 여러과가 공조하는 복합 예술" 이라고 설명한다.

턱 이외의 얼굴 뼈 부위 성장점이 다친 경우에도 성장하면서 얼굴이 비대칭이 돼 버리는데 이때도 부족한 부위 얼굴 뼈를 보충해 주고 펴줘야 한다. 얼굴이 남달리 긴 사람도 안면 성형술 대상이다.

백교수는 "입술에서 눈까지의 길이보다 입술과 턱까지의 길이가 긴 경우 위턱뼈를 깎아 얼굴 길이를 축소시켜주는 수술을 한다" 고 설명했다.

턱이 유난히 작은 무턱도 턱뼈를 앞으로 꺼내주는 수술을 통해 교정이 가능한데 이때 물론 치아도 수술한 턱에 제대로 맞도록 교정해야 한다.

한쪽 얼굴이 안자라 얼굴이 삐뚤어지는 반안면 왜소증 역시 덜 자란 뼈 부위를 펴주는 수술로 교정이 가능하다.

수술 적기는 8세 전후. 이런 기형은 귓바퀴가 자라지 않는 소이증을 동반하는데 고막이나 중이의 이상은 없으므로 갈비뼈로 귓바퀴를 만들어주는 수술을 함께 하면 정상인으로 지낼 수 있다.

흔히 언청이로 알려진 구순구개열인 경우 시기에 따라 여러번 수술을 해야 한다.

백교수는 "통상 생후 2~3개월 께엔 찢어진 입술 수술, 첫 돌에서 18개월 무렵엔 입천정을 꿰매는 수술, 이갈이를 하게 되는 7~8세 때는 잇몸 수술, 성장이 끝난 후엔 결손부위 코수술과 안자란 부분의 얼굴뼈를 교정해주는 수술을 해줘야 한다" 고 밝힌다.

통상 이런 수술 뿐 아니라 결손부위 뼈 부위에 치아가 없거나 있더라도 기형치아인 채로 묻혀 있기 쉽기 때문에 치아교정도 함께 해야 한다.

양 눈의 미간이 몹시 넓은 어린이도 기형을 의심해야 한다. 이 경우엔 눈을 둘러싼 뼈를 잘라 가운데로 모아주는 큰 수술을 받아야 한다.

양 눈이 금붕어처럼 유난히 튀어나오고 코를 중심으로 가운데 부분이 들어간 모습을 보이는 얼굴은 크루존씨 병일 수 있다. 눈을 제대로 감지 못해 늘 눈에 염증이 떠날 날이 없다.

불과 80년대만 해도 이 병에 대한 수술법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아 어른 환자가 많다. 지금은 어른이 된 후라도 수술로 교정이 가능하다.

얼굴기형 환자 수술시 또 다른 걱정거리는 수술비용 문제.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자인 경우 세민얼굴기형 돕기회(02-2270-0046) , 한국심장재단(02-416-8762) 등의 자선기관을 통하면 수술비용을 보조받을 수 있다.

황세희 전문위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