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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 "이재용 사과 긍정적…실천 구체화해야 시장이 신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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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8일 재벌 정책과 혁신 경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8일 재벌 정책과 혁신 경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매우 긍정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6일)에 대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의 평가다. 공정위는 재벌 정책을 주도해 '재벌 저승사자'로 불리는 곳이다. 그는 이 부회장의 사과를 “합리적 지배구조를 만들겠다는 표현”이라고 규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와 관련해 조 위원장은 "기업결합 심사를 신속히 결정해 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장 인터뷰 #“좋은 지배구조는 기업가치 높여 #삼성 뿐아니라 한국경제에 큰도움” #“심사 중인 배달의민족 기업결합 #시장지배력·정보독점 함께 살펴”

조 위원장은 현 정부 2기 공정위원장으로 지난해 9월 취임했다. 서울대, 미국 하버드대 등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일하면서 경쟁정책을 연구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첫 여성 교수이기도 하다. 다음은 8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 일문일답.

이 부회장의 사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좋은 지배구조가 기업 가치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삼성뿐 아니라 한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중요한 건 실천이다. 실천 방안이 구체화하면 시장 신뢰도 얻을 수 있다.
앞으로 재벌 정책 기조는.
재벌 역할을 당연히 인정한다. 일부 부족한 점이라면 기업 지배구조다. 순환출자 축소 등 직접적인 지배 구조 개선을 권유하면서, 공시 등 시장 압력을 통한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이 두가지 방향에서 현행 기조대로 재벌 정책을 펴나갈 생각이다.
좋은 기업 지배구조란 무엇인가
책임·권한이 일치하고 투명한 의사 결정 과정이 주주 등 외부에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 지주회사 구조는 그런 점에서 권장한다. 현 정부 들어 순환출자 고리가 282개에서 13개로 크게 줄어든 것은 성과로 들 수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8일 인터뷰에서 "공정위 인원이 부족한 것이 안타깝다"며 "직원들에게 늘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8일 인터뷰에서 "공정위 인원이 부족한 것이 안타깝다"며 "직원들에게 늘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조 위원장이 1시간 반 동안의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쓴 표현은 공정(32회), 경쟁(15회), 기업 가치, 소비자(각 12회) 였다. 공정위는 기업을 제재하는 기관이 아니라 게임이 잘 돌아가도록 규칙을 운용하는 '심판' 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혁신을 주제로 얘기할 땐 목소리를 더 높였다. '타다 금지법'으로 문을 닫은 타다에 대해선 "입법부 의견을 존중한다"면서도 "타다는 혁신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작은 혁신이 모여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이 계속 논란이다(배민은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와 기업결합 승인을 공정위에 신청한 상태다. 최근 수수료를 올렸다가 '독점' 비판을 받고 백지화했다).
공정위는 배민의 수수료가 높고 낮은지보다는 최근 수수료 체계 변경을 시도한 것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판단할 근거가 되는 지를 볼 것이다. 또 (단순한 시장 점유율만이 아니라) 식당·고객 등에 대한 정보의 생산·수집·이용에 관련된 '정보 독점권'을 살펴볼 것이다. 
혁신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혁신은 기업의 이윤 창출 기회이기도 하지만, 소비자에겐 새로운 상품·서비스를 제공한다. 혁신이 잘 되려면 경쟁과 함께 공정 경제도 중요하다. 너무 많이 개입하면 혁신을 저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에서 개입할 것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8일 인터뷰에서 공정, 경쟁, 기업 가치, 소비자를 특히 강조했다. 오종택 기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8일 인터뷰에서 공정, 경쟁, 기업 가치, 소비자를 특히 강조했다. 오종택 기자

코로나 19에 따른 전면적인 조사 축소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부당 하도급 거래나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는 일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코로나19로 기업 사정이 어렵다. 공정위 조사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기도 한다.
현장조사도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나가지 않고 있고, 조사·공시 자료 제출 기한도 연장했다. 그러나 불공정 거래를 신고한 사람 입장에선 조사가 늦어지면 피해가 커질 수 있어, 시급한 사건은 현장 조사를 한다. 기업결합 심사는 최대한 서둘러 결정할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등에 기업결합 심사는 직원들이 밤새워 일한 결과 통상 90~120일가량 걸리는 일을 6주 만에 끝냈다.
일감 몰아주기가 결국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란 점을 강조하는데.
신종 코로나19 확산과 일본 수출 규제 등으로 기업들은 글로벌 생산 체계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면 기업의 사업 위험도 커지는 것을 경험했다. 코로나 위기가 한 번에 끝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해외로 나간 기업이 방역 인프라가 좋은 한국으로 들어와 중소기업 등에 일감을 나눠주는 것은 장기적으로 좋은 투자가 될 것이다.

인터뷰=김영훈 부디렉터, 정리=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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