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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황금알' 방사광가속기 차지한 청주 환호…나주는 "암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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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종 충북지사(앞줄 가운데)가 8일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확정하자 환호하고 있다. [사진 충북도]

이시종 충북지사(앞줄 가운데)가 8일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확정하자 환호하고 있다. [사진 충북도]

“와~. 충청북도 화이팅.” 8일 오전 10시30분 충북도청 대회의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충북 청주시 오창읍을 발표하자, TV를 지켜보던 300여 명의 인파가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준비된 재수생 충북이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했다”며 연단에 올라 큰절을 했다.

과기정통부, 방사광가속기 입지 청주 오창 확정 #이시종 충북지사 "560만 충청도민 힘 모은 덕분" #오창 주민들 "오창에 일자리 많이 생길 것" 기대 #전남 나주시 "호남 발전시킬 기회 잃었다" 한숨

 1조원 규모의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입지가 충북 청주시로 선정됐다. 전남 나주와 치열한 경쟁을 펼쳐온 충북은 “2008년 4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 실패 이후 12년 만에 대형국책사업을 유치했다”며 들뜬 분위기다.

이 지사는 “미래 100년 성장동력이 될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입지가 충북 오창으로 결정된 데 대해 이명철 부지선정위원장과 위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충북 유치를 위해 560만 충청도민이 서명운동을 하는 등 노력을 했기에 방사광가속기 유치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서명 운동에 동참한 오창읍 주민 신명섭(50)씨는 “도세가 약한 충북이 전남 나주에 밀릴 수 있다는 말이 돌아 막판까지 긴장했다”며 “방사광가속기 주변에 많은 기업이 들어서 일자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 주민은 “정치적 고려 없이 객관적인 평가로 부지 결정되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방사광가속기 부지가 충북 청주시 오창으로 결정된 8일 경쟁 후보지였던 전남 나주시에서 한 시민이 방사광가속기 유치 홍보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방사광가속기 부지가 충북 청주시 오창으로 결정된 8일 경쟁 후보지였던 전남 나주시에서 한 시민이 방사광가속기 유치 홍보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충북은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해 180만명이 서명 운동에 참여하는 등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 출향 인사를 찾아 서명지를 전달하고, 연구기관·대학과 업무협약을 맺어 당위성을 설명했다. 지난 3월엔 충북을 비롯한 충남과 대전·세종시 등 충청권 단체장과 21개 대학 총장과 연구기관, 기업체 대표자 등 100여 명이 위원으로 참여 ‘방사광가속기 충청권 유치 추진위원회’를 출범해 유치 운동을 충청권으로 넓혔다.

허경재 충북도 신성장동력국장은 “꼼꼼히 준비해왔던 사업계획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 게 효과를 본 것 같다”며 “충북의 주력산업인 바이오, 태양광, 반도체, 이차전지 등 산업을 내실 있게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기다려왔던 호남 지역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유치 확정 전날 부지선정평가단을 맞이하려 나주혁신도시 빛가람전망대로 나갔던 최길주(58.나주) 주민자치회장은 “나주혁신도시에 공기업을 이전시켜줬다 해도 주말만 되면 직원들이 모두 서울로 떠나는 유령도시”라며 “방사광가속기는 낙후된 호남을 발전시킬 유일한 희망이었는데 탈락해 암담하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 가속기과학관 1층에 전시된 가속기연구소 모형. 둥근 건물이 3세대 방사광가속기, 길게 뻗은 건물이 4세대 방사광가속기다. [중앙포토]

경북 포항시 가속기과학관 1층에 전시된 가속기연구소 모형. 둥근 건물이 3세대 방사광가속기, 길게 뻗은 건물이 4세대 방사광가속기다. [중앙포토]

한전공대와 방사광가속기의 상승효과를 기대했던 지역 석학들은 선정 결과가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유치 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은 이민원 광주대 교수는 “방사광가속기는 나주에 한전공대를 설립하기로 한 기본계획에 포함돼 있던 연구시설”이라며 “교수와 연구진이 없는 곳에 국가급 연구시설인 방사광가속기가 들어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했다.

청주·나주=최종권·진창일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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