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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손님에 원피스 입힌 주점···"음란 행위" 대법의 세가지 근거

중앙일보

입력

유흥주점 이미지 [중앙포토]

유흥주점 이미지 [중앙포토]

 2015년 10월, 강원도의 한 유흥주점을 찾은 3명의 남성. 이들은 방에서 만난 여성 종업원들로부터 ‘여성용 원피스’를 받는다. 종업원들은 남성들에게 커플룩이라며 얇고 미끄러운 소재의 원피스를 줬고, 남성들은 원피스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점에는 단속 경찰관들이 들이닥쳤다.

주점 주인과 관리인 2명은 풍속영업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풍속영업규제법)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이 주점에 여성용 원피스를 비치하고 남성 손님들에게 여성용 원피스를 입게 한 것, 또 여성 종업원을 고용해 남성 손님들이 이들의 가슴을 만지는 방법으로 유흥을 돋우는 접객행위를 한 것이 불법이라는 취지다.

현행 풍속영업규제법에는 ‘음란 행위’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다. 쌓이는 판례로 음란 행위의 범위를 만들어 갈 뿐이다. 다만 풍속영업소(유흥접객업, 숙박업 등을 말함)에서 성매매 알선을 한 사람과 음란 행위를 하게 한 사람에 대한 처벌 규정은 있다.

‘원피스’ 준 행위, 음란행위 알선일까

1심(춘천지법 원주지원 양은상 판사)은 두 피고인의 죄를 모두 인정해 업주에게는 벌금 100만원, 관리자에게는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그런데 2심의 판결은 달랐다. 당시 춘천지법 형사 1부(재판장 정회일)는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이 업소가 제공한 접객행위가 형사법상 규제 대상이 될 만큼 노골적인 방법으로 성적 부위를 노출하거나 성적 행위를 표현한 건 아니라고 봤다.

이 업소는 유흥주점 영업 허가를 받은 곳이고, 종업원을 고용해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유흥을 돋우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된 곳이다. 청소년 출입이나 고용도 금지된 곳이다. 문제는 원피스를 입게 한 것이 음란 행위를 알선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였다. 재판부는 “원피스는 손님 유흥을 돋우는 하나의 도구이고, 손님이 원할 경우 여성용 원피스를 제공해 이를 입고 유흥을 즐기도록 한 행위가 사회적으로 유해한 영향을 끼칠 위험성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판결했다.

또 업주가 여성 종업들에게 ‘손님이 신체를 만지는 방법’으로 유흥을 돋우게 시킨 것도 아니라고 봤다. 종업원들은 경찰 진술에서 “어깨에 손을 올리다보면 가슴에 손을 대고….”라며 손님이 스스로 신체접촉을 한 것일 뿐 종업원들이 손님의 신체접촉을 끌어낸 건 아니라고 진술했다. 항소심은 “업주들이 종업원들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그들의 신체를 손님이 만지도록 했다거나 음란 행위를 알선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음란 행위 이를 수 있을 정도의 알선이면 처벌 가능"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음란행위의 ‘알선’이 되려면 당사자들이 실제로 음란 행위를 해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기존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당시 대법원은 당사자 사이 음란행위에 이를 수 있을 정도의 주선행위만 있다면 이를 음란행위 알선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봤다.

‘음란 행위’에 대해서도 항소심보다 엄격하게 해석했다. 대법원은 “유흥주점에서 여성용 원피스를 비치하고 이를 남자 손님이 입게 한 뒤 유흥을 돋우는 것 자체가 유흥주점의 일반적 영업방식으로 보기는 매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대법원은 원피스의 얇고 미끄러운 재질, 남성들이 속옷을 탈의하고 원피스만 입은 점, 경찰 단속 당시 손님과 종업원 사이 신체 접촉이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원피스 제공을) 단순히 노래와 춤으로 유흥을 즐기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밀폐된 공간에서 업주가 종업원들에게 시킨 영업 방식은 결국은 손님들의 성욕을 자극해 종업원과의 음란 행위로 나아갈 수 있도록 편의를 도모한 주선 행위”라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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