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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진술 바꾼 측근 "김봉현,향군상조회로 뒷돈 마련 지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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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 사태’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재향군인회(향군)상조회를 통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려 했다는 측근의 진술을 검찰이 확보해 수사 중이다.

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라임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조상원)는 전날(6일) 장모 A사 대표를 소환해 조사했다. 장 대표는 김 회장을 대리해 향군상조회 인수 과정을 주도한 인물이다. 앞서 검찰은 장 대표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향군상조회 관련 자료와 김 회장과의 연결고리를 확인할 단서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김 회장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던 장 대표는 그가 체포된 이후 입장을 바꿔 “김 회장이 향군상조회를 통해 뒷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자신은 그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봉현, 향군상조회 350억원 횡령 추진 

현재까지 조사된 바에 따르면, 김 회장은 측근들을 통해 향군상조회 자금 약 350억원을 빼돌릴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김 회장은 자신의 측근 김모 전 스타모빌리티 사내이사가 대표로 있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향군상조회를 인수, 향군상조회가 보유하고 있던 자금 125억원을 빼돌렸다.

이어 80억~90억원의 재산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향군상조회의 여주 학소원장례식장 운영권을 측근인 장 대표가 운영하는 H사로 넘겼다. 나중에 학소원장례식장을 팔아 현금화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또 향군상조회가 가지고 있던 수익증권 80억원어치도 장 대표 명의로 바꿔놨다.

이 외에도 김 회장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향군상조회가 투자한다’는 명목 등으로 약 55억원을 빼돌렸다. 이 작업을 마친 후 김 회장은 향군상조회를 인수했던 금액 320억원에 60억원을 더 얹은 380억원을 받고 상조회를 보람상조에 되팔았다. 인수 당시만 해도 보람상조와 향군 측은 김 회장이 향군상조회 자산을 빼돌린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김 회장이 체포되면서 향군상조회로부터 빼돌린 자금의 현금화 계획이 어려워지자, 장 대표는 보람상조에 학소원장례식장 운영권과 수익증권 80억원어치를 돌려줬다. 법조계 관계자는 “장 대표가 민·형사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자기 명의로 돼 있는 것은 돌려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김 회장 측으로 나간 55억원과 향군상조회 기존 자금 125억원은 아직까지 회수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김 전 회장을 체포한 경기남부경찰청은 6일 김 회장이 빼돌린 현금 55억원을 추가로 회수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 돈에 대해 “향군상조회에서 횡령한 수표를 현금화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아직 향군상조회에서 빼돌린 자금만 125억원이 회수되지 않은 만큼, 수사기관은 이 돈이 어디에 있는지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어마무시한 로비’ 수사도 속도 

한편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주변에 향군상조회를 인수하기 위해 ‘어마무시하게 로비했다’고 밝힌 만큼, 상조회 인수 과정에서 비리는 없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소환 조사를 받은 장 대표는 라임 사태의 또 다른 ‘회장님’인 김모 전 회장이 실소유한 메트로폴리탄이 향군상조회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을 때도 개입했던 인물이다. 사건 관계자는 “장 대표가 기존에 향군과 사업을 했던 인물인 만큼, 그를 통해 ‘회장님’들이 향군상조회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라임의 사기적 거래 행위를 수사 중인 검찰은 이날 포트코리아자산운용 관계자를 소환해 조사했다. 포트코리아자산운용은 라임의 소위 '아바타 운용사'로 알려져있다. 라임은 포트코리아자산운용을 활용해 지난해 4월 김 회장이 실소유한 스타모빌리티 전환사채(CB)에 각각 200억원씩 총 400억원을 우회 투자한 바 있다. 검찰은 라임의 자금이 김 회장에게 어떤 식으로 흘러갔으며, 그 과정에서 김 회장과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각각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라임사태는 무엇인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라임사태는 무엇인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후연·정용환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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