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쩍 큰 ‘금융 메기’ 토스, 5년 2개월 만에 첫 월간 흑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이승건 대표. [연합뉴스]

이승건 대표. [연합뉴스]

5년 만의 흑자 전환이다. 모바일 금융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토스’를 운영 중인 비바리퍼블리카가 지난 달 처음으로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회원 1700만, 월 송금액 4조5000억 #오픈뱅킹으로 수수료 부담 줄어 #이승건 대표 “수퍼앱으로 진화”

비바리퍼블리카의 수익이 지출을 넘어선 건 2015년 2월 토스 앱을 출시한 지 5년 2개월 만이다. 대출, 보험 비교 등 다양한 금융회사와 제휴해 출시한 금융 서비스 수익이 효자 노릇을 했다. 토스는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 간편송금 서비스 앱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은행·증권사·보험사·카드사 등과 손을 잡고 ‘토스 미니보험’ ‘대출 맞춤추천’ ‘계좌개설’로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앱 하나로 다양한 금융회사의 상품을 비교·가입할 수 있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토스는 올해 영업수익 중 83%가 이같은 B2B(기업간 거래) 사업을 기반으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금융권 전반에 본격 실시된 오픈뱅킹 서비스도 흑자전환에 역할을 했다. 그동안 고객들이 토스를 통해 무료(월 10회까지)로 간편송금을 할 수 있었던 건 토스가 건당 400원 정도인 펌뱅킹(금융결제망) 수수료를 대신 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핀테크 앱에서 여러 은행 계좌를 한꺼번에 조회·이체할 수 있는 오픈뱅킹이 실시되면서 이체에 드는 수수료가 펌뱅킹의 10분의 1 수준인 40~50원으로 대폭 인하됐다. 토스 관계자는 “2, 3월 들어서 오픈뱅킹 영향으로 수수료 지출이 줄어든 것이 흑자로 돌아서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출범 초기, 업계에선 토스가 흑자를 달성하기 어려운 사업구조라고 평가했다. ‘은행 앱으로도 가능한 간편송금 서비스만으로 수익이 나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

쑥쑥 크는 토스

쑥쑥 크는 토스

그러나 토스는 간편송금 서비스 출시 2년 9개월 만인 지난 2017년 말 누적 송금액 10조원을 돌파하며 급성장했다. 토스의 현재 회원 수는 1700만 명에 달한다. 월간 송금액은 4조5000억원, 총 누적 송금액은 90조원을 돌파했다. 토스 측은 “최근 40대 이상 가입자 비중이 37%까지 늘면서 전 연령층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송금을 넘어선 ‘종합금융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위한 사업확장은 현재진행형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 해 말 재수 끝에 금융위원회로부터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고 내년 하반기 ‘토스뱅크’ 출범을 목표로 인력 채용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월에는 금융위로부터 금융투자업 예비인가를 받으면서 증권업 진출도 선언했다. 토스 관계자는 “토스증권의 경우 이르면 올해 3분기 내에 출범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LG유플러스의 PG(전자지급결제대행서비스)부문을 인수해 설립한 PG사업 담당 계열사 ‘토스페이먼츠’도 최근 30명 이상의 인력 채용을 통해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임직원 수 400명 안팎인 비바리퍼블리카는 연말까지 전 계열사에서 1000명 내외 인력을 유치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에선 토스가 금융권 전반에 걸쳐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카카오의 뒤를 따라 기존 대형금융사들 사이에서 ‘메기’가 될 수 있을지에 주목한다. 다만 이번이 분기나 연 단위 흑자가 아닌 월 단위 흑자인 만큼,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존 금융회사들이 이미 파이를 나눠 갖고 있는 은행·증권업계에서 이들보다 적은 자본금으로 고객을 뺏어오기는 힘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간편송금으로 시작한 토스가 현재는 40개 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앱’으로 진화했다”며 “향후 토스 플랫폼으로 확보한 수익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증권, PG사업의 성장을 지원해 새로운 금융의 기준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