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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매출·영업익 사상 최대 ‘코로나 서프라이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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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캐릭터 라이언. [사진 카카오 나우]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캐릭터 라이언. [사진 카카오 나우]

“이용자들이 생활 속 어느 순간에서도 카카오를 퍼스트 윈도(First Window)로 신뢰할 수 있게 하겠다.”

1분기 영업익 882억 219% 급증 #4500만명 비대면 플랫폼 이용 폭발 #카톡 이용시간 2월말 최고 기록 #톡비즈 77%, 카톡 선물 46% 성장 #임직원에게 1550억 스톡옵션 부여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7일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공개한 카카오의 1분기 실적은 카카오톡이 메시지를 주고받는 단순 메신저의 역할을 뛰어넘어 생활 전반에 뿌리내린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진화했다는 점을 입증했다. 전 세계 경제를 초토화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음에도 카카오는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늘어난 8684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9% 증가한 882억원, 영업이익률은 10.2%였다. 카카오가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분기)을 기록한 건 2015년 이후 5년 만이다.

“메신저 넘어 다종다양한 기업 진화”

모든 부문에서 실적이 다 좋았던 것은 아니다. 대형 브랜드 광고 위주인 ‘포털비즈’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전 분기 대비 13% 감소했다. ‘대면’ 사업을 주로 하는 대기업의 광고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카카오프렌즈 상품 판매와 매니지먼트·공연 사업이 포함된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 기타’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6%, 전 분기 대비 14% 줄었다.

카카오톡 이용자 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카카오톡 이용자 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하지만 카카오의 ‘비대면 플랫폼’을 활용해 이런 실적 하락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플랫폼 이용 수요가 폭발한 덕분이다. 카카오톡 이용시간은 2월 말에 주간 최고치를 경신했다(시간은 비공개). 그룹콜 통화 시간도 전 분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위기가 4500만 명 이용자 플랫폼을 가진 카카오엔 기회가 된 셈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신저를 뛰어넘어 다종다양한 사업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기업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늘어난 플랫폼 체류 시간은 실적으로 연결됐다. 특히 카카오의 장기인 ‘관계’를 기반으로 한 커머스(상거래)가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카카오가 지향하는 관계형 커머스는 가격 외에도 선물 받을 사람의 취향, 나와의 관계 등을 상품 선택에 중요시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다. 카톡 선물하기 등이 포함한 톡비즈 분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했다.

눈여겨볼 점은 카톡 플랫폼을 활용한 각종 수익모델이 비대면 트렌드에 맞게 진화 중이라는 점이다. 카톡 선물하기 거래액은 46% 성장했다. 이중 상당수가 선물을 지인에게 직접 배송해주는 방식이다. 이전까지는 선물 받은 사람이 매장에 가서 직접 바꿔야 하는 쿠폰 교환 형태가 많았다.

2월 말 시작한 카카오페이머니의 증권 계좌 업그레이드 이용자는 현재 10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1201만 명 회원을 보유한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카뱅에서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주식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주가 사상 최고가 경신, 23위 대기업 반열

카카오의 분기별 매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카카오의 분기별 매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난 3월 19일 12만7500원까지 내려갔던 카카오의 주가는 7일 20만 6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하락분을 만회한 것은 물론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산 기준 대기업집단 순위는 지난해 32위에서 올해 23위로 뛰었다.

앞으로 규모 성장에 비례해 커지는 사회적 갈등을 얼마나 잘 관리할지가 관건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 생태계의 중심축이 제조업에서 IT기업으로 넘어가는 변화가 이미 진행 중”이라며 “대기업들이 흔히 겪는 사회와의 갈등을 카카오가 얼마나 잘 헤쳐나갈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일, 카카오는 임직원 323명에게 1550억원 규모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한다고 공시했다. 수량은 89만 5000주로 카카오가 임직원에게 준 스톡옵션 규모 중 역대 최대다. 스톡옵션을 행사한 전직 임원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카카오는 최근 공시를 통해 2015년부터 3년간 카카오를 이끈 임지훈 전 대표가 10만주의 스톡옵션을 행사해 22억 8700만원의 이익을 봤다고 밝혔다. 조수용 현 공동대표도 지난해 9월 스톡옵션 3만주를 행사해 14억원가량의 차익을 봤다.

박민제·정원엽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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