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병원폐업 못참겠다"

중앙일보

입력

의료계의 집단폐업 사흘째인 22일 대형병원 응급실과 보건소는 몰려드는 환자들로 크게 붐볐다.

특히 폐업을 앞두고 의사들의 요구로 강제 퇴원했던 환자들이 상태가 악화돼 다시 응급실을 찾는 U턴 현상까지 벌어지면서 비상 응급체계의 대처 능력이 한계를 드러냈다.

응급실 의사들은 밀려드는 환자들로 탈진 직전이었고 서울 종로5가 일대 대형약국에선 시민들의 약 사재기로 의약품 품귀 현상마저 나타났다.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유방암 환자 李모(53) 씨는 지난 4월부터 이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왔으나 지난 20일 병원측의 요구로 강제 퇴원했다.

李씨는 고통을 참지못해 다시 응급실을 찾았고 "상태가 악화됐다" 는 진단결과를 받아야 했다.

남편 朴모(53) 씨는 "퇴원하지 말고 끝까지 버틸 걸 그랬다" 며 난감해 했다.

지난 19일 재입원을 거부당해 집으로 돌아간 간암환자 金모(52) 씨도 이날 새벽 갑자기 피를 토하는 등 증세가 위급해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 관계자는 "응급실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입원했다 최근 강제퇴원한 환자들" 이라고 말했다.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의 경우 이날 오후 1백여명의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장기간 기다려야 했다.

이대 목동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보라매 병원 등도 평소보다 3~4배 이상의 환자들이 몰려 일부 환자들은 병상이 아닌 바닥에 누워있었다.

비상진료에 나서고 있는 교수.의사들도 탈진 직전까지 몰려 정상진료에 차질이 우려될 정도였다.

12시간씩 2교대로 근무하는 한양대병원 李모(54) 교수는 "응급환자의 경우 신속.정확한 판단이 요구되는데 피로가 쌓여 혹시라도 일을 제대로 못할까 걱정" 이라고 털어놓았다.

전문의.의약품 부족으로 일선 보건소의 비상 응급 조치마저 흔들리고 있었다.

이날 서울시내 25개 보건소에는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은 환자들이 몰렸지만 소아과와 일반외과 의사들이 턱없이 부족, 진료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서울 양천구보건소 담당자는 "밤을 꼬박 새고 있는 의료진들이 파김치가 된 상태" 라면서 "의약품도 1주일 분밖에 남지 않아 걱정이 태산" 이라고 말했다.

양영유.강갑생.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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