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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선 거른 김태년 과반의 이변…'진문' 견제 심리가 작동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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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수퍼 여당의 첫 원내사령탑으로 '당권파 친문' 김태년(56·4선) 의원이 선출됐다.

5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김 의원은 전체 163표 중 82표를 얻어 절반을 1표 넘긴 과반 득표로 당선됐다. 반면 진문(眞文) 직계인 전해철 의원(3선)은 72표에 그쳤고, 비주류 후보인 정성호 의원(4선)은 9표였다.

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1기 원내대표 선출 당선인 총회에서 원내대표로 당선된 김태년 후보(가운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1기 원내대표 선출 당선인 총회에서 원내대표로 당선된 김태년 후보(가운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레이스 초반부터 2강(김태년·전해철) 1중(정성호)의 구도였다. 특히 친문 의원 모임인 '부엉이모임'의 좌장격인 전 의원이 미세하나마 우위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밖이었다. 김 신임 원내대표가 결선 투표 없이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친문이지만 이해찬 당 대표와 가까워 '당권파'로 분류됐다.

이같은 '이변'이 벌어진 데엔 당내 복잡한 역학관계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친문그룹에선 홍영표 의원이 현재 당 대표 후보로 출마가 유력하다. 홍 의원은 전 의원을 원내대표로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이에 따라 홍영표-전해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진문의 결집 양상까지 보였다. 하지만 이번 원내대표 선거 결과를 두고 "진문 결집에서 일부 소외된 '범친문'의 견제 심리가 김태년을 대안으로 택했다"는 당내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인영 의원에게 패하며 '재수'인 김 원내대표의 '로키(low-key)' 행보가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김 원내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친문 계파를 강조하기보다는 '안정과 통합의 리더십'을 어필했다. 이날 정견발표에서도 “저에게 더 이상의 원내대표 선거는 없다. 일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표심을 알기 어려웠던 초선들이 현장 연설을 듣고 김 의원으로 기운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에 당내 선거마다 적지 않은 영향력을 보여온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더좋은미래(더미래) 등 재선 이상 의원 그룹의 무게중심이 김 원내대표에게 쏠린 것으로 보인다. 광주 지역구의 한 의원은 "호남 당선자와 비주류 의원을 중심으로 정성호 의원으로 흩어지지 않고 김태년 의원을 밀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개헌론 일단 잠복할 듯

'이해찬-김태년 체제' 출범으로 4.15 총선 이후 민주당 내에서 중구난방 터져 나오던 각종 개헌론은 당분간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출마선언 후 기자들과 만나 개헌론과 관련해 “언제가는 해야할 것”이라면서도 “당장 개헌을 이야기해서 정쟁의 도구가 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김 의원도 개헌에 원칙적으로 찬성 입장이지만 전해철 의원에 비해 필요성ㆍ시급성을 크게 보지 않는 편”이라며 “당분간 여야 관계에서 개헌이 전선으로 부각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8일 미래통합당의 원내대표가 결정되면 여야는 원 구성 협상과 함께 국회법 개정 문제를 둘러싼 힘겨루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김 원내대표도 국회법 개정을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전제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원구성 협상에선 난제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179석의 수퍼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 기존 야당 몫이었던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까지 모두 여당이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신임 원내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신임 원내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김 원내대표의 캐릭터가 대야 관계의 큰 변수가 될 것”(수도권 재선 의원)이라는 말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정책위의장 및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함께 맡아 실세였던 김 원내대표는 추진력에선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독선적”이라는 말도 들었다.

이와 관련 86그룹의 한 의원은 “의외로 내줄 것은 내주는 협상력도 갖춘 인물”이라며 “힘의 정치로 기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야당이 하고 싶어하는 일들도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통 큰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장혁ㆍ박해리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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