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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맞고도 "안맞았다"···죽기전까지 자식 감싼 80대 母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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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연합뉴스]

“아들한테 맞아도 그걸 감싸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야.”

서울 노원구 중계동 한 아파트 주민 김모(59)씨는 아들로부터 폭행 받아왔다던 80대 노모 이모씨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50대 아들 A씨의 폭행을 여러 차례 받아왔지만 이런 사실을 부인했다고 한다. 김씨는 “A씨가 어머니를 때리고 한 건 동네 주민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라면서도 “(그런데도 어머니가 아니라고 말한 건) 사람들이 손가락질해도 지키고 싶은 내 자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3월 31일 요양보호사의 신고로 발견됐다. 방안에 인기척이 있음에도 문을 열어주지 않자 요양보호사는 이를 이상히 여기고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닫힌 문을 따고 들어가 방안에 누워있는 이씨를 발견했다. 이씨 얼굴과 몸 곳곳엔 피멍이 나 있었다. 요양보호사가 아들에게 맞은 것이냐 묻자 어머니는 “그런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후 이씨는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지난달 19일 숨졌다.

이웃 주민 “A는 동네 폭군”

이씨가 살던 아파트 이웃 주민들은 A씨를 떠올리며 ‘동네 폭군’이라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청한 이웃 주민은 “A씨는 엄마까지 두드려 패던 건달 같은 사람”이라며 “동네 주민들 대부분 다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A씨는 동네에서 약해 보이는 대상을 골라 위협을 일삼았다고도 한다. 임모(62)씨는 “남편이 3년 전에 사망했는데 그때부터 A씨가 우리 가게에 들러 돈 내놓으라고 협박해 청심환을 달고 산다”며 “얼마 전에 고발했더니 칼 들곤 나를 죽이겠다고 소리쳐서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A씨가 살던 아파트 맞은편 주민은 “A씨는 체격 좋은 사람한테는 꼼짝도 못 하고 힘 약한 사람한테 폭력을 휘둘렀다”며 “한번은 휠체어 탄 아버지를 모시고 나갔는데 우리에게 욕지거리를 퍼붓더라”고 설명했다.

A씨를 향한 이웃 주민들의 고소 건수는 2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A씨는 어머니를 때린 혐의(존속상해) 외로도 폭행 혐의를 추가로 받는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아파트 상가 주민들은 A씨의 난동을 막아달라는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지인 “A씨 그런 사람 아니다”

어머니 폭행 건과 관련해 A씨 지인 배모씨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배씨는 “A씨가 술을 좋아해 이웃 주민에게 난동부린 건 맞지만 어머니를 폭행할 사람은 아니다”라며 “A씨가 정신지체 3급인데 정신력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어머니를 폭행했다고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 폭행 부분을 부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이씨 폐렴으로 사망”

서울 노원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28일 A씨에 대해 존속상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어머니 이씨의 죽음이 A씨의 폭행에 따른 것인지 살펴보라’는 검찰의 지휘를 받고 보강 수사에 들어갔다. A씨 폭행이 이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실이 확인되면 존속 상해치사나 유기치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어서다.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그러나 경찰은 ‘A씨 어머니 사망 원인은 폐렴’이라는 병원 측의 회신을 받고 바로 다음날인 29일 존속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신청했다. 이에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지난 6일 A씨의 도주 우려와 증거 인멸 혐의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에 대한 보강 수사를 완료해 다음 주쯤 검찰에 송치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수정: 2020년 05월07일
애초 기사에는 〈영화 ‘신과함께’ 처럼〉이라고 제목을 달아 보도했지만 실제 영화상 아들이 어머니를 때리는 장면은 없었기에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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