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폐업 이틀째…의료공백 현상 심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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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집단 휴.폐업 이틀째인 21일 각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에 환자들이 줄어들었지만 의료진이 절대 부족, 의료공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비상진료를 하고있는 국.공립병원의 경우 전공의들이 대거 빠져나간 상태에서 환자들은 계속 늘고 있어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반면 `병원폐업´에 동참하지 않은 한방병원, 한의원 등에는 문의전화와 함께 환자 수가 급증, 대조를 보였다.

◆ 대학.종합병원 = 한양대병원에서는 이날 오전 5시께 진통을 느낀 산모 최모(29) 씨가 찾아왔으나 영아용 인공호흡기가 모두 사용중이어서 상계 백병원으로 옮기는 등 4명의 응급환자들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전공의를 대신해 이틀째 응급실 근무에 나선 한 교수(59) 는 "20년전 전공의 기억을 더듬어 근무를 하다보니 기억이 잘 안나는 부분도 있고 전공의들의 빈자리가 실감난다"고 토로했다.

이대 목동병원도 이날 오전 전임의(fellow) 32명이 모두 폐업에 동참, 82명의 교수진을 중심으로 환자진료가 이루어져 진료에 차질을 빚고있다.

특히 응급실은 현재 교수 4명이 상주하면서 응급환자를 맡고있으나 환자 수가 지난 19일 127명에서 20일 140명으로 늘면서 교수들이 진료에 애를 먹고있다.

이 병원은 이에 따라 평소 520명에 달했던 입원환자들 중 병세가 심하지 않은 환자들을 중심으로 퇴원을 종용, 입원환자 수를 19일 404명에서 20일 354명으로 줄였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도 교수 10명과 간호사 10여명만이 지키고 있을 뿐이며 서울대병원도 어린이병동 응급실과 일반응급실을 합쳤음에도 의료진 부족으로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강남 성모병원 관계자는 "당장 필요한 응급처치는 가능하지만 입원이 필요한 응급환자의 경우 지속적인 치료가 가능할 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국.공립병원 = 전공의 150여명이 빠져나간 국립의료원은 전문의 인력만으로 진료를 하고 있지만 인력이 달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진환자 수가 평소의 2∼3배에 달하는 등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으나 의료진 부족으로 진료 대기시간이 2시간 이상을 넘고 있다.

특히 전일 비상근무체제로 일하고 있는 의사들의 체력이 달려 2∼3일후면 정상적인 진료가 어려울 것이라고 병원측은 전했다.

한국보훈병원도 평소 전문의 1명, 전공의 4명으로 운영되던 응급실이 현재 전문의 1명만이 상주하고 있으며 국립경찰병원도 전문의 2명만이 진료에 나서고 있어 진료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 보건소 = 각 지역 보건소에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아침 일찍부터 평상시보다 2배 이상 많은 환자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일선 보건소에는 1차 진료담당 의사가 단 2명 밖에 없어 의사들이 많은 환자들을 한꺼번에 진료하느라 `격무´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일부 보건소는 소아과 담당 의사가 없어 어린이 환자들이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양천구보건소 의사 김선심(40) 씨는 "새벽부터 환자들이 몰려들어 오전 10시까지 평소의 2배정도인 1백여명을 진료했다"면서 "오늘 아침에는 머리를 다친 환자가 찾아왔지만 보건소에서는 조치할 수 없어 큰 병원 응급실로 옮겼다"고 말했다.

◆ 한방병원.한의원 = 의사들의 집단 휴.폐업 사태로 한방병원과 한의원은 `특수(特需) ´를 누려 대조를 보이고 있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 오신향한방병원의 경우 대학병원과 개인병원 등에서 진료를 받았던 환자 2명이 옮겨왔으며 이날 오전 내내 정상진료 여부를 묻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이 병원 관계자는 "만일 교수들까지 폐업에 동참할 경우 더 많은 환자들이 병원에서 한의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을 것으로 예상,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 강남구 신사동 자생한방병원과 성동구 성수2가 오당한방병원에도 지난20일부터 `한의원 폐업여부´를 묻는 문의전화가 계속 걸려왔으며 평소보다 환자 수도 30% 가량 늘어났다.

반면 경희의료원의 경우 한방병원과 한.양방 협진센터가 정상 운영되고 있으나 환자들이 `집단 폐업´을 하는 것으로 오인, 환자 수가 급격히 줄었다.(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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