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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에 오른 아베의 영혼 없는 기자회견…"메르켈과 너무 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기자회견에 '남이 써준 원고를 열심히 읽을 뿐이란 느낌'이란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6일 보도했다. ‘영혼 없는 회견’에 대한 비판이다.

코로나 확산 뒤 6차례나 회견했지만 #"같은 문장 반복 시간 때우기" 비판 #"확진자 왜 안 줄어드나" 묻자 #아베는 "협력해주신 국민에 감사" #마이니치, "메르켈 소통법과 대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기자회견에서 긴급사태선언을 31일까지 연장한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기자회견에서 긴급사태선언을 31일까지 연장한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전국 일제 휴교 요청을 한 직후인 2월 29일을 시작으로, 긴급사태선언 발령(4월 7일), 긴급사태선언 기한 연장(5월 4일) 등 고비 때마다 6차례 기자회견을 했다.

모두 발언과 질의응답을 합친 회견 시간은 처음엔 36분에 불과했지만, 최근엔 1시간 이상으로 늘어났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통상 좌우에 설치된 두 개의 프롬프터(원고를 화면에 표시하는 장치)를 번갈아 바라보며 20여분간 원고를 읽어내려간다. 그런 다음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는다.

그런데 이런 아베 총리의 회견 형식을 두고 "그 어떤 울림도 없다"(야당 관계자), "원고 내용은 나쁘지 않은데 발이 공중에 떠 있다(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뜻). 총리 자신이 얼마나 원고를 손질했는지 의문”(홍보 컨설턴트)이란 반응이 나온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기자회견에서 긴급사태선언을 31일까지 연장한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기자회견에서 긴급사태선언을 31일까지 연장한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신문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일부 국경 폐쇄의 불가피성을 국민에게 설명하면서 동독 출신인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여행과 이동의 자유를 쟁취한 나 같은 사람 입장에서 이같은 제한은 꼭 필요한 경우에서만 정당화된다’고 말해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경우엔 국민과 실제로 소통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마이니치의 보도처럼 아베 총리의 회견을 지켜본 사람 중엔 "준비된 원고를 읽으며 시간을 때우고 있다"는 느낌을 말하는 이들이 많다.

6일 회견에서도 ‘왜 확진자가 생각만큼 줄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베 총리는 “벌칙규정이 없는 상황에서도 많은 국민이 외출자제에 협력해 준 데 감사드린다”는 답변으로 많은 시간을 끌었다.

지난 4월 7일 저녁 7시 총리관저에서 열린 아베 신조 총리의 긴급사태선언 관련 기자회견은 코로나 감염 방지를 위해 기자들도 2m 정도 거리를 두고 착석한 채 진행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월 7일 저녁 7시 총리관저에서 열린 아베 신조 총리의 긴급사태선언 관련 기자회견은 코로나 감염 방지를 위해 기자들도 2m 정도 거리를 두고 착석한 채 진행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또 ‘바이러스 검사 실적이 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 등 내키지 않는 질문이 나오자 배석한 감염 전문가에게 답변을 떠넘기려 했다.

마이니치는 "아베 총리는 국회 답변에서도 준비된 문장을 반복하며 시간을 끄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향이 기자회견에서도 눈에 띈다”고 했다.

신문에 따르면 기자들을 대하는 아베 총리의 태도는 1차 아베 내각(2006년 9월~2007년 9월) 때부터 문제가 됐다.

당시 하루 한 번 실시했던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아베 총리는 마이크를 들고 질문하는 기자의 얼굴 대신 정면에 설치된 카메라를 보고 답변했다. 그때부터 자민당에서도 “어쩐지 느낌이 좋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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