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에 은신처 제공한 건설사 대표 범인도피방조로 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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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도의 한 펜션에서 목격된 오거돈 전 시장. [부산일보 제공]

경남 거제도의 한 펜션에서 목격된 오거돈 전 시장. [부산일보 제공]

성추행으로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건설사 대표가 범인도피 방조 혐의로 고발됐다. 오 전 시장은 지난 4일 경남 거제에 있는 한 펜션에서 쉬고 있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활빈단 홍정식 대표 “건설사 대표와 오 전 시장 돈독한 사이” #부산경찰청 “피해자와 오 전 시장 수사가 먼저 이뤄져야” #오 전 시장 13일째 잠적…관사 짐도 아직 안 빼

 시민단체 활빈단 홍정식 대표는 오 전 시장이 10일 넘게 머무른 것으로 확인된 경남 거제도 한 펜션 업주이자 건설사 대표인 A씨를 범인도피 방조 혐의로 부산경찰청에 고발했다고 6일 밝혔다.

 홍 대표는 고발장에서 “A씨는 오 전 시장과 해운대구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며 친분이 돈독한 관계”라며 “A씨는 자신 소유의 4층 펜션에서 10여일간 은신 거처를 마련해 준 자이기에 범인 은닉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오거돈 성추행 사건을 수사하는 부산경찰청은 현 상황에서 A씨에 대한 조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부산경찰청이 오 전 시장에게 출석 요구를 하거나 체포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상황에서 범인도피 방조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오 전 시장의 범죄가 입증돼야 은신처를 제공한 A씨에 대해 조사할 수 있다”며 “성추행 사건은 피해자 진술이 가장 중요한 증거인데 피해자가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아 수사에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피해자에게 진술을 강요할 수 없어 피해자 진술 없이 오 전 시장을 조사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럴 경우 피의자의 진술만 남게 되면 법정에서 오히려 피해자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올 수도 있어 섣불리 오 전 시장을 소환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는 부산성폭력상담소를 통해 고소를 고심 중이라는 의사를 경찰에 전했지만, 아직 고소는 하지 않았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피해자에게 경찰 조사에 응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답변이 없다”며 “이번 주까지 피해자의 답변을 기다려보고 추후 어떻게 수사를 이어갈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검찰에 고발한 시민단체 활빈단의 홍정식 대표가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29일 부산 연제구 부산경찰청에 방문해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검찰에 고발한 시민단체 활빈단의 홍정식 대표가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29일 부산 연제구 부산경찰청에 방문해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홍 대표는 앞서 오 전 시장의 정무라인과 부산성폭력상담소 등도 고발했다. 장형철정책수석보좌관 등 오 전 시장 정무라인은 피해자에게 접근해 사건 무마를 시도한 직권 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 상담 내용, 인적 사항을 정무라인에 알려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비밀 준수 의무 등을 위반한 혐의다.

 오 전 시장은 물론 장 보좌관과 신진구 대외협력보좌관은 지난달 23일 사퇴 기자회견 이후 13일째 잠적 중이다. 오 전 시장은 관사의 짐도 빼지 않았다. 관사의 한 직원은 “오 전 시장은 지난달 23일 오전 8시 관사를 떠난 이후 한 번도 관사에 오지 않았다”며 “짐도 그대로 있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우리도 당황스럽다. 부산시 총무과나 비서실에서 어떠한 지침이 없어 짐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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