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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코로나로 명암 갈린 증시, 바이오·비대면 기업은 날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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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태양(코로나)을 피하는 방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던 지난 2월 말 한국투자증권이 공개한 보고서의 제목이다. 코로나19에 따른 투자 대안을 바이오산업에서 찾자는 제안을 담았다. 그러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을 유망 종목으로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이 제안은 적중했다. 코로나19가 국내에 상륙하기 전인 지난 1월 중순과 비교하면 삼성바이오 주가는 27.23%, 셀트리온은 16.2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5.78%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백신·치료제 개발 기대감 반영 #삼성바이오 석 달 새 27% 올라 #미국 길리어드도 28% 넘게 상승 #이동제한 탓 온라인 이용 급증 #아마존·넷플릭스 20% 이상 올라 #한국선 네이버 4%대 상승 두각

재택근무 시스템 지원 MS 순항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산업의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다. 키워드는 바이오와 비대면이다. 코로나19는 대부분 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안기며 경제성장률을 곤두박질치게 했다. 하지만 바이오·비대면 기업은 오히려 코로나19 시대의 ‘승자’로 떠올랐다. 중앙일보가 신한금융투자에 의뢰해 지난 1월 17일부터 이달 4일까지 한국과 미국 증시에서 주요 기업의 주가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다. 신한금투는 코로나19 이후 주가 상승률이 비교적 높은 기업으로 국내에선 삼성바이오·셀트리온·네이버, 미국에선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아마존·넷플릭스 등을 꼽았다. 최유준 신한금투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는 온라인 쇼핑이나 원격의료 같은 비대면 서비스의 편리함을 많은 사람이 경험하는 계기가 됐다”며 “주가는 기업의 미래가치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주도 종목의 변화를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투에 따르면 업종별로 코로나19의 확실한 승자는 제약·바이오였다. 지난 1월 중순 이후 지난달 말까지 제약·바이오는 14.2% 상승했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0.3%)와 운송업(-0.4%)은 소폭 내리긴 했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 변동률(-14%)보다는 양호했다.

네이버 주가

네이버 주가

코로나19로 이동 제한 명령이 내려진 미국에선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집에서 쇼핑도 하고(아마존), 영화·드라마도 보고(넷플릭스), 재택근무도 할 수 있게 지원하는(마이크로소프트·MS) 기업들이다. 아마존과 넷플릭스의 주가는 지난 1월 중순 이후 20% 넘게 올랐고 MS의 주가도 7.3% 상승했다. 반면에 뉴욕 증시의 S&P500 지수는 같은 기간 14.62% 내렸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사회활동이 감소하자 넷플릭스는 과부하 우려가 있을 정도로 사용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최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는 세계적으로 재택근무와 관련한 거대한 실험의 장을 제공했다”며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집에서도 큰 불편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코로나19 이후에도 재택근무는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 주가

아마존 주가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 순위에서도 바이오·비대면 기업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4일 삼성바이오의 시가총액은 36조7900억원으로 1년 전(22조1000억원)보다 14조6900억원 불어났다. 시가총액 순위는 1년 전 7위에서 3위로 상승했다. 네이버의 시가총액 순위는 1년 전(20조4400억원) 13위에서 지난 4일(32조6900억원) 4위로 뛰어올랐다. 지난 1월 중순 이후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주가가 대부분 급락한 와중에도 네이버는 4.19% 상승했다.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5월보다 1조2500억원 불어나면서 5위 자리를 유지했다. 이문종 신한금투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습관의 변화”를 네이버 주가 상승의 배경으로 꼽았다.

미국에선 길리어드가 바이오산업의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나스닥 시장에서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1월 중순 이후 28.61% 상승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 사용승인을 받은 렘데시비르의 개발사다.

‘동학 개미’는 반도체·자동차 집착

넷플릭스 주가

넷플릭스 주가

바이오·비대면 기업의 부상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종목에서도 확인된다. 반면에 ‘동학 개미’라는 신조어를 낳으며 주식 투자 열풍을 일으킨 개인투자자들은 반도체·자동차 같은 전통적인 주력 산업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들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내 주식을 21조원 넘게 팔아치우면서도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는 각각 2400억원 넘게 사들였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1월 23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투자자별 매매 동향을 분석한 결과다. 같은 기간 기관들은 네이버 주식을 3500억원 넘게 사들였고 삼성바이오는 2000억원, 셀트리온은 13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개인들은 삼성전자(우선주 포함)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을 10조8000억원 넘게 사들였다. 개인들의 현대차 순매수 규모도 10조700억원에 달했다.

주정완 경제에디터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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