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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매장 줄만 40분 섰다” 지름신의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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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5일 서울 영등포구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가 방문객으로 붐비고 있다. 유통가에선 소비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뉴스1]

5일 서울 영등포구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가 방문객으로 붐비고 있다. 유통가에선 소비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뉴스1]

3일 오후 2시 경기도 김포의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명품 매장 앞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과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이는 풍경이다. 김효진(36)씨는 이날 남편(36)과 아이 둘(5세·2세)을 데리고 두 달 만에 나들이를 나왔다. 김씨는 “구찌 매장에 들어가는 줄만 40분 섰다”며 “사람이 많아서 걱정됐지만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 데다가, 입장객 수도 통제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김 씨 가족은 30% 이상 할인된 명품 가방을 ‘득템’했다. 어린이 편의시설을 이용하고 모처럼 외식도 했다.

황금연휴 펼쳐진 코로나 보상소비 #현대아울렛 명품 매출 62% 급증 #롯데아울렛 가전 판매 39% 늘어 #백화점도 명품·가전엔 지갑 열어

최대 엿새간(4월 30일~5월5일) 이어진 황금연휴에 소비는 과연 살아났을까.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회복의 신호는 아웃렛, 그중에서도 명품과 가전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아웃렛에선 4월30일~5월3일 매출과 방문객이 지난해 5월 연휴 기간(5월 3~6일)과 비교해 대폭 증가했다. 김 씨처럼 간만에 나들이에 나선 가족 단위 방문객이 늘면서다. 현대백화점의 아웃렛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가 늘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김포점의 명품 매출은 지난해보다 61.8%나 늘어났다”고 말했다.

5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 구찌 매장 앞에 고객들이 길게 줄 서 있다. [사진 현대백화점]

5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 구찌 매장 앞에 고객들이 길게 줄 서 있다. [사진 현대백화점]

롯데프리미엄아울렛에서도 같은 소비 트렌드가 나타났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같은 기간 아웃렛 6개 점포의 매출은 16.6% 치솟았다. 아웃렛 내에서도 소비 양극화 현상이 두드려졌다. 이 기간 롯데아울렛에서 생활가전제품은 전년 같은 대비 39%, 명품은 35%나 더 팔렸다. 하지만 패션 잡화는 8% 줄었고 식품 판매는 3% 증가에 그쳤다. 나들이 겸 아웃렛을 찾아 집에 ‘감금’된 시간을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작동했지만, 소품보다는 명품과 대형 가전에 지갑을 열었다는 해석이다.

살아난 아웃렛과 달리 백화점과 할인점(대형마트)엔 ‘온기가 전해진 정도’에 그쳤다.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의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줄거나 소폭 증가했다.

아웃렛에서도 명품과 가전이 승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아웃렛에서도 명품과 가전이 승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러나 생활 가전과 해외 명품은 대조적으로 잘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매출 역시 기대엔 미치지 못했다. 이마트에선 이 기간 매출이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형가전(25%), 디지털가전(12%)은 늘었지만, 의류(-6%), 과일(-1%) 매출이 줄면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유통업계가 기대하고 있는 이른바 ‘보상소비’(보복소비라고도 한다) 현상이 일부 품목에만 선택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황금연휴 아웃렛은 웃고 백화점은 아직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황금연휴 아웃렛은 웃고 백화점은 아직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대형마트 업계는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은 4~5일 매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로 어린이날인 5일엔 각 마트 일부 주력 점포에 소비자가 몰려 혼잡이 빚어지기까지 했다. 이날 오후 3시 이마트트레이더스 김포점에선 주차장이 만차를 기록해 입장까지 15분 이상 대기해야 했다. 지하 1층 어린이 코너에선 부모 손을 잡고 장난감을 고르는 아이들로 붐볐다. 김 모(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씨는 “두 달 동안 외출도 못 하고 집에서 지낸 아이에게 줄 선물을 고르러 왔다”며 “원래 게임기를 사줄 생각이 없었는데, 집에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아이가 스스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게임기를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항공편이 멈추면서 해외로 떠나지 못하면서 대안 소비처가 줄어든 반사 효과를 명품 시장이 누린 측면이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적 타격이 컸지만, 명품을 구매할 여유가 있는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작았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이런 소비 양극화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영선·문희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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