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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초토화 된 1년전 고성 산불···"이번엔 바람이 살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산불 현장에서 산림청 공중진화대가 산불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산림청

2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산불 현장에서 산림청 공중진화대가 산불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산림청

강원 고성산불의 산림 피해면적이 85㏊로 잠정 집계됐다. 산림청은 “현재까지 집계된 산림 피해는 85㏊이고, 주택 1채 등 시설물 6개 동이 불에 탔다”고 2일 밝혔다.

주민들, 이번 바람 민가 없는 쪽으로만 불어 피해 줄어 #산불 한 곳에서만 발생 진화 인력 집중 된 것도 큰 영향

 지난 1일 오후 8시 4분쯤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의 한 주택에서 시작된 이번 불은 지난해 고성·속초산불과 비슷한 점이 많다. 산불이 발생한 지역도 둘 다 토성면으로 거리도 4∼7㎞에 불과하다. 하지만 피해 면적은 14배나 차이가 난다. 지난해 고성·속초 산불 피해 면적은 1267㏊다.

 산림청은 피해 규모 차이가 큰 원인으로 바람의 강도를 꼽았다. 이번 산불의 경우 초기에 초속 6m 안팎의 바람이 불다가 위력이 점점 강해져 초속 16m의 강풍이 불었다. 당시 미시령은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26m였다. 앞서 지난해 4월 발생한 고성·속초 산불은 바람의 강도가 훨씬 강했다. 당시 고성과 속초지역에서 관측된 최대순간풍속은 속초 설악동 초속 25.8m, 설악산 초속 28.7m, 미시령은 초속 35.6m에 달했다.

올해와 지난해 산불 발생지역 거리 불과 4∼7㎞

강원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에 투입된 산림청 산불진화 헬기들이 2일 도원저수지에서 산불진화 용수를 담수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에 투입된 산림청 산불진화 헬기들이 2일 도원저수지에서 산불진화 용수를 담수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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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불 현장 주변에 민가가 없는 것도 피해 규모가 작았던 이유다. 이번 산불의 경우 주택 1채 등 시설물 6개 동이 탄 것이 전부지만 지난해의 경우 건축물 879개 동이 산불 피해를 봤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이 민가가 없는 산 쪽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민가 피해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주민 김선욱(70)씨는 “불이 났을 때 바람이 한쪽으로만 불어 마을에 피해가 없었다”며 “예전에 불이 났을 땐 바람의 방향이 계속 바꿔 불씨가 사방으로 날아갔다. 이번엔 바람이 동네를 살려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산불은 지난해와 달리 한 곳에서만 발생해 전국의 진화 헬기 38대가 동시에 공중 진화를 할 수 있었다. 더욱이 산불 현장 바로 옆은 저수지였다. 지난해의 경우 고성·속초뿐만 아니라 강릉·동해, 인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해 진화력이 분산됐었다.

 산림청 이용석 대변인은 “지난해와 올해 산불의 가장 큰 차이는 바람이 부는 강도다. 작년 같은 경우는 최대풍속이 30m까지 불었고, 올해는 15m까지 불었다”며 “날이 밝으면서 바람도 잦아들어 지난해보다 진화작업이 수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지상 진화인력이 보다 전문적으로 됐기 때문에 대응 능력 높아졌다”며 “산불재난 특수진화대가 지난해까진 기간제 근로자였는데 올해부터는 상시근로자가 됐다. 아무래도 전문적 능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산불재난 특수진화대 전문 능력 향상 

강원 고성군 토성면 산불 주불이 진화된 2일 오전 화재 현장의 산림이 검게 타 있다. 연합뉴스

강원 고성군 토성면 산불 주불이 진화된 2일 오전 화재 현장의 산림이 검게 타 있다. 연합뉴스

 한편 산림청은 산불 발생 이틀째인 지난 2일 오전 5시28분 일출과 함께 진화헬기 38대와 진화인력 5134명을 산불 현장에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산불 진화의 핵심인 진화헬기는 전국 각지에서 산불 현장으로 순차적 투입돼 5개 조로 나눠 공중에서 물을 뿌렸다. 이날 투입되는 진화헬기는 산림청 18대(초대형 4대, 대형 13대, 중형 1대), 군부대 15대, 소방과 임차 2대, 국립공원 1대 등 38대다.

 박종호 산림청장은 “이번 산불은 공중진화대와 특수진화대, 최일선에 투입된 소방청의 화선 차단 작전이 주효했다고 판단한다”며 “5월 산불은 불씨가 남는 특성이 있어 잔불 정리를 완벽히 하겠다. 관련 부처에서도 잔불 정리를 철저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고성=박진호·박현주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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