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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도전! 갱년기 힙스터…시스루도 과감히 입었죠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현주의 즐거운 갱년기(37)

‘즐거운 갱년기’는 갱년기에 들어선 나를 들여다보고 의미를 찾아, 어떠한 변화를 맞이하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겠다는 다짐을 담아 쓰기 시작한 칼럼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50대 여성의 입장에서, 또 사춘기 아이와 중년의 남편과 함께 사는 워킹맘의 입장에서 한 달에 두 번, 일상을 돌아보며 단상을 적어내고 있다. 그런데 몇몇 회사 후배들이 이 칼럼을 읽어왔던 모양이다. 새로 시작할 유튜브 제작 콘텐츠에 대해 회의를 하던 중 한 에디터가 이 칼럼을 언급했다.

“편집장님, 그 컨셉을 영상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26년째 잡지를 만들고 있는 베테랑 편집장이 경험하는 유튜브의 세계! 올드 미디어 잡지 전문가가 뉴미디어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을 만나 지금의 트렌드를 경험해보는 거죠. 그걸 우리 독자들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거예요.”

“재미있겠는데요! 편집장님이 직접 등장해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예요. ‘즐거운 갱년기’, 그 칼럼의 제목처럼 신나게 새로운 것들을 접해보는 거죠. 그 모습을 보며 젊은 시청자들은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나이가 있는 분들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이후 논의는 일사천리 진행됐고, 지난 3월 드디어 첫 화를 론칭했다.

갱스터 1화 유튜버 자질테스트. [사진 우먼센스]

갱스터 1화 유튜버 자질테스트. [사진 우먼센스]

시리즈 이름은 ‘갱스터’. ‘갱년기 힙스터가 되겠다’는 일종의 다짐이다. 20, 30대의 에디터와 PD들과 함께 기획하고 있는데, 확실히 디지털 세대인지라 내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스토리텔링과는 접근 방식이 달랐다. 편집이 마무리된 후 영상을 시사할 때면 그 친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재미’가 어떤 건지 확실히 알 수 있었지만, 촬영 전 컨셉을 논의할 때는 이렇게 찍는 게 정말 괜찮을지 되묻고는 했다(물론 결론은 그 친구들이 옳았다).

영상은 에디터가 전해주는 미션을 편집장이 받아 수행하는 형식으로 구성되는데, 50대 편집장이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 방식과 요즘 인기 있는 유튜버의 접근 방식이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골자다. 과연 처음 목표한 대로 편집장은 요즘 감성에 맞는 유튜버가 될 수 있을까? 그 자질을 스스로 테스트해본 것이 1화였다면, 2화는 본격 유튜버 콜레보레이션 기획으로 여성잡지 편집장의 트렌드 소화력을 보여주는 콘텐츠다. 유명 패션 유튜버의 감각과 비교하면서 말이다.

갱스터 2화 패션 도전.

갱스터 2화 패션 도전.

촬영 파트너는 구독자 22만여명, 유쾌한 입담으로 데일리 스타일링 팁을 전하고 있는 패션 유튜버 ‘옆집언니 최실장’! ‘최실장’ 타이틀의 최희승 스타일리스트는 패션 잡지에서 스타일링 작업을 해오다 2년 전부터 일상 옷차림에 다양한 팁을 유튜브를 통해 전하고 있는 화제의 유튜버로, 매일 입는 옷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만장일치 섭외 1순위였다. 기본 아이템을 가지고도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입어보며 열심히 설명하는 그녀의 영상을 보며 나 역시 ‘저런 조합도 괜찮네’란 팁을 얻고는 했으니 말이다. 패션이 아닌 스타일이 중요하고, 유행하는 패션의 요소를 자기만의 감성으로 섞을 줄 아는 것이 스타일리시한 여성이라는 멘트에 100% 공감하면서 말이다.

옆집언니 최실장과 함께 한 유튜버 콜레보레이션.

옆집언니 최실장과 함께 한 유튜버 콜레보레이션.

갱스터 유튜브 촬영 중.

갱스터 유튜브 촬영 중.

드디어 촬영 당일. 최실장과의 조우 이후 에디터의 구체적 미션이 전달됐다. ‘봄맞이 스타일링, 트렌치코트로 완성하라!’. 나를 모델로 해 이번 시즌 빅 아이템인 트렌치코트를 활용한 스타일링을 해보라는 말이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과 최실장이 권하는 스타일을 비교한다는 것. 트렌치코트는 평소에 늘 입고 다니는 일상템이긴하나, 솔직히 말하면 몸매의 단점을 커버하는 쪽으로 스타일링을 하곤 했다. 몸의 라인을 우아하게 가리는 데 트렌치코트만 한 것도 없으니 말이다.

“편집장님 스타일은 심플하고 같은 계열의 컬러를 사용하는 단색 룩이 많잖아요. 좀 다양하게 변신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촬영을 기획한 에디터가 전한 말이 생각나 매장을 돌아다니며 평소의 내 모습과 다른 스타일의 아이템을 찾아보았지만 결국 마지막에 내가 고른 옷들은 늘 입던 베이지색 톤온톤 옷들이었다.

머릿속으로는 2020 S/S 셀린과 구찌 쇼에서 보았던 데님을 매치한 빈티지 트렌치룩도 떠올랐고, 세련된 업타운 걸 느낌의 빅토리아 베컴 식 슬릭한 룩도 떠올랐지만, 그건 정말 매거진 지면에 등장한 워너비 스타일링일 뿐 나는 그 룩들을 소화할 모델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선택은 베이지색 롱 원피스에 몸의 라인에 따라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트렌치코트였다.

“편집장님이 고른 옷들은 많은 사람이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선택이네요. 저는 조금 더 엣지 있는 착장으로 골라봤어요”라며 최실장이 나에게 건넨 아이템은 보테가 베네타 쇼피스를 연상하게 하는 롱 트렌치와 블랙 슬립 드레스였다. “이걸 제가요! 입는 것이야 할 수 있지만 어울릴까요?”라며 자신 없어 하는 나에게 최실장은 그녀 특유의 발랄한 톤으로 격려를 해주었다.

“늘 특정한 스타일을 고수하는 분들이 있어요. 편집장님도 그런 편이시죠? 그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조금 더 재미있게 옷을 입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아이템 중 하나만 다른 선택을 해 보는 거죠. 안 입어 봤던 소재나, 컬러를 가진 옷을 매치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막상 입어보니 생각했던 것만큼 어색하지 않았다. 체형의 단점도 어느 정도 커버되었고, 무엇보다 이전에는 시도해보지 않았던 페미닌한 느낌이 나한테도 어울린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한 끝 엣지를 더한 최실장의 룩이 내가 선택한 트렌치코트 룩보다 스태프들의 환영을 받은 건 당연했고 말이다.

최실장이 권한 시스루 룩.

최실장이 권한 시스루 룩.

최실장이 건넨 또 하나의 스타일은 싱글포켓 트렌치코트와 시스루 블라우스. 이 역시 평소 같으면 입을 일이 없었을 아이템이었지만 막상 입어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잘 어울렸다. 놀라운 건 평소의 내 모습보다 이렇게 다른 스타일로 꾸민 모습을 스태프들이 더 좋아한다는 점이다. “부드러우면서도 밝은 느낌이 들어요. 이렇게 입고 다니세요”라는 후배들의 코멘트를 들으며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나만의 스타일과 사람들이 나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은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가지고 있던 생각을 조금 더 유연하게 열어보는 게 소위 ‘지금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늘 입던 스타일로 옷을 입고, 그게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거라 믿으며 더 이상의 시도를 하지 않았던 내가 패션 유튜버의 권유로 안 입어본 옷을 입고, 그 스타일을 후배들이 더 예쁘다고 말해준 것처럼 새로운 경험을 하면 새로운 자극을 얻게 된다. 지금을 모른 채 살아가고, 새로움이 없이 지낸다면, 살아가는 재미도 의미도 줄어들 것이다. 그런 면에서도 ‘힙스터’ 도전은 잘했다 싶다.

*영상은 유튜브 ‘WomanSense TV’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먼센스 편집국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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