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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매년 오던 감기가 뚝! 손씻기 강조 덕분일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현주의 즐거운 갱년기(36)

‘비일상의 일상화’

어느 기사에서 읽은 구절인데 정말 맞다 싶다. 벌써 두 달째 코로나19에 시달리며 지내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이미 전 세계가 팬데믹의 공포 속에서 연일 감염방어책과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다. 겪어본 적 없는 상황이 매일 벌어지고 있는 지금이기에 다른 이야기를 꺼내놓기가 어렵다.

벌써 두 달째 코로나19에 시달리며 지내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이미 전 세계가 팬데믹의 공포 속에서 연일 감염방어책과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다. [사진 Unsplash]

벌써 두 달째 코로나19에 시달리며 지내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이미 전 세계가 팬데믹의 공포 속에서 연일 감염방어책과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다. [사진 Unsplash]

모든 활동을 잠시 멈출 수밖에 없기에, 생활의 루틴이 깨어지고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인 상황. 이 와중에 그나마 의미를 찾는 건 그런 시간 속에서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느끼고 정리할 기회가 생겼다는 점이다.

첫 번째로 건강에 대해 다시 점검하게 되었다. 목이 칼칼하고 몸이 으슬으슬한 증상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그러니까 특별하지 않은 ‘감기’였는데, 이제는 그 상태를 예방하기 위해 평소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본다. 우선 면역력 강화를 위해 제대로 먹고 충분히 자려 노력한다. 면역력이 약해지면 몸속 질병과 몸 밖의 병균에 쉽게 무너진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막상 특정한 병에 걸리지 않는 한 자신의 몸 상태를 자각하지 못하고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면역력을 처방합니다』의 저자인 정가영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면역력이 약해지는 원인으로 수면 부족, 스트레스, 운동 부족 및 근육량 저하, 영양 부족 등 잘못된 생활 습관을 지적한다. 특히 면역을 강화하는 음식을 평소에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5월호 우먼센스에 실린 인터뷰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면역 시스템을 구성하는 3요소는 면역 세포, 장내 미생물, 장 내부를 둘러싸고 있는 장상피세포입니다. 따라서 이 3가지 요소를 건강하게 해주는 음식이 면역력에 좋은 음식입니다. 첫째 면역 세포의 활동을 위해서는 비타민 A·B·C·D·K 각종 미네랄이 모두 필요합니다. 따라서 면역력에 좋은 음식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며, 비타민, 미네랄과 같은 영양소가 풍부한 채소, 과일, 어패류, 육류를 골고루 드시는 것이 면역력을 위한 식단입니다. 영양소를 많이 깎아낸 백미보다는 비타민 B군과 오메가-3까지 함유된 쌀눈이 살아있는 현미가 면역력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섬유질’도 면역력에 중요한데 고구마나 채소, 과일류에 풍부한 섬유질은 우리 몸에 있는 소화효소로는 분해되지 않고, 대신 미생물의 먹이로서 미생물이 살아가는 데 에너지를 공급하기에 장내 미생물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무척 중요합니다.”

전문가의 조언대로 나 역시 냉장고 속 야채를 채우고, 유산균이 함유된 요구르트를 틈틈이 꺼내 먹고, 종합비타민제와 오메가-3, 프로바이오틱스를 가방에 챙기며 다니고 있다. 확실히 컨디션 유지에 효과가 있는 듯하다. 청결에도 더욱 신경 쓰게 되었다. 생각날 때마다 손을 씻는데, 너무 뜨겁거나 차갑지 않은 20℃ 정도가 적당하다고 들어 유의해서 온도를 맞춘다. 30초 정도 흐르는 물에 비누로 잘 씻고 헹구는 게 좋다고 해 이전보다 오랫동안 세면대 앞에 머물고, 건조도 말끔하게 해야 한다고 들어 종이타월 한장으로 꼼꼼하게 닦아낸다. 손소독제도 소분해 가지고 다니며 틈날 때마다 사용한다. 그래서인지 환절기 때면 늘 감기에 걸리고는 했는데, 근래 한두 달은 감기 기운도 못 느끼고 지낸다.

집 안에서 '가족 공동체'를 체험하고 있다. 안 입는 옷과 안 읽는 책들을 함께 정리하고 가구의 배치도 함께 바꿔 본다. 각자의 바쁜 스케줄에 밖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던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일상이다. [사진 Unsplash]

집 안에서 '가족 공동체'를 체험하고 있다. 안 입는 옷과 안 읽는 책들을 함께 정리하고 가구의 배치도 함께 바꿔 본다. 각자의 바쁜 스케줄에 밖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던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일상이다. [사진 Unsplash]

집 안에서 가족과 오랜 시간 보내다 보니 제대로 ‘가족 공동체’를 체험하고 있다. 내가 설거지를 하면 남편은 청소하고, 아이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온다. 안 입는 옷과 안 읽는 책들을 함께 정리하고 가구의 배치도 함께 바꿔 본다. 각자의 바쁜 스케줄에 밖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던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일상이다.

특히 아이의 표정이 달라졌다. 학교와 학원의 오프라인 수업이 없어진 아이는 하루 종일 집에 머물며 지내는데 놀랄 만큼 잘 적응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EBS 수업을 듣고 나면, 점심은 새로운 요리를 매일 혼자 만들어보며 스스로 챙겨 먹는다. 인증샷을 찍어 퇴근 후 돌아온 나에게 조리법 설명도 열심히 해 준다. 학원 인터넷 강의가 시작되기 전 오후 시간에는 과제도 하고, 책도 읽고, 피아노도 치고, 그림도 그린다.

얼마 전에는 간단한 단편소설까지 써보기도 했다. 가끔은 답답하다며 운동복을 챙겨 입고 아파트 몇 바퀴를 뛰고 들어온다. 이전에는 시켜도 안 했던 일들이다. 여유가 생겨서인지 짜증도 별로 없다. 심지어 회사에 다녀온 나를 보며 ‘엄마도 스마일!’이라며 활짝 웃어준다. 사춘기 중학생티를 잔뜩 내던 게 엊그제였는데 말이다. 물론 틈틈이 OTT로 좋아하는 드라마도 보고, 유튜브로 구독한 채널도 보고, 카톡과 틱톡으로 친구들과 키득거리지만 옆에서 보기엔 그 정도면 시간 활용을 알아서 잘하는 듯싶다.

회사에서도 중요한 일의 순서를 정하는 중이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진 지금, 연초에 세웠던 목표대로 갈 수는 없다는 판단 아래 현재를 꼼꼼하게 다시 점검하고 있다. 현재 꼭 필요한 사업을 하고 있는지 업무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중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검토해보자는 회의가 연일 이루어진다. 방법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아 답답할 때도 있지만, 집중력을 가지고 머리를 맞대는 기회를 만들었으니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가져본다.

정말 중요하고 지켜야 할 것은, 이런 노력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다. 이것만 잊지 않는다면 위기를 잘 넘겨 다시 새로운 일상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기대하고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신문을 읽다가 한 은행의 전면광고에 실린 시 한 편이 눈에 띄었다. 정호승 시인의 ‘봄길’. 요즘 같은 때 함께 나누면 좋을 시라 생각된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우먼센스 편집국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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