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오래]팬데믹 비상구는 어디? 집콕하며 본 다큐의 메시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현주의 즐거운 갱년기(35)

일상이 달라졌다. 가족 외에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거의 없으며, 퇴근 후에는 무조건 집으로 향한다. 개학이 4월로 미뤄진 아이는 인강으로 학원 수업을 받으며 온종일 집에 있고, 남편은 가능한 재택으로 업무를 본다. 집 밖에서 서성일 시간이 없다. 편집부의 모습도 바뀌었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체온을 체크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근무를 한다. 에디터들은 촬영 스케줄을 잡는 게 쉽지 않아 난색을 표하고, 회의는 가능한 이메일과 메신저로 대신한다. ‘팬데믹’으로 선언된 코로나19는 이렇게 모두의 생활을 바꾸었다. 예상할 수 없는 규모의 사회경제적 손실에 개인이나 기업, 정부 모두 계획이라는 걸 세우기가 어려운 상태다. 여럿이 모이는 것도, 옆에 가까이 서 있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 지인들의 관혼상제까지 참석하기 꺼려지니 다른 것들은 오죽할까. 이렇게 지내온 지 한 달여가 되었다.

'판데믹:인플루엔자와의 전쟁' 바이러스로 인한 판데믹(범유행) 독감을 막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연구하고 치료하는 의료진과 전문가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 넷플릭스]

'판데믹:인플루엔자와의 전쟁' 바이러스로 인한 판데믹(범유행) 독감을 막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연구하고 치료하는 의료진과 전문가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 넷플릭스]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보니 누구 말처럼 ‘넷플릭스’가 가장 좋은 친구가 되었다. 평소 보고 싶었던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있는데, 특히 몇 편의 다큐멘터리는 코로나19를 막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요즘의 상황을 예측하는 내용이라 더 관심이 갔다. 2020년 넷플릭스에서 론칭한 6부작 다큐멘터리 ‘판데믹:인플루엔자와의 전쟁’은 바이러스로 인한 판데믹(범유행) 독감을 막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연구하고 치료하는 의료진과 전문가의 모습을 담고 있다. 판데믹 독감과 계절성 독감은 다르다. 동물에서 사람으로 넘어와 사람을 숙주로 전염시키는 판데믹 독감은 매번 예측하기 어려운 새로운 형태로 등장하며, 전염성이 강하다. 백신 개발이 안 되어 있는 상황이라 치사율도 높고, 이로 인해 사회 전반에 공포를 야기한다. 1918년 1차 세계대전과 함께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그 해에 5천만 명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 작품은 100년 전 스페인 독감부터 가장 최근 지구를 공포에 떨게 한 에볼라 바이러스까지 판데믹은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는 것, ‘아직 준비가 안 된’ 우리가 이를 막아내기 위해 어떤 관심을 가지고 발전시켜야 할지 전달한다. 세계가 힘을 합쳐 어떤 독감도 막아낼 수 있는 ‘공통 독감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도 강조하며 말이다.

‘전염병의 위협’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를 기반으로 전염병을 설명 한다. [사진 넷플릭스]

‘전염병의 위협’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를 기반으로 전염병을 설명 한다. [사진 넷플릭스]

복스미디어가 제작하고 넷플릭스에서 방영하는 다큐멘터리 시리즈 ‘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에서도 전염병을 다뤘다. 작년 11월 론칭한 시즌 2 중 한 에피소드인 ‘전염병의 위협’ 편은 2003년 중국과 홍콩 등지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를 기반으로 전염병을 설명을 하고 있다. 지금의 세계는 이동이 자유로워 어느 때보다 전염병 확산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것도 강조한다. 빌 게이츠 재단을 통해 백신 개발에 공헌하고 있는 빌 게이츠와 전문가들의 인터뷰들을 통해 전염병 위험에 대해 제대로 들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컬트’라 불리는 사교(사이비교)의 논리를 담은 ‘믿음의 함정’편 [사진 넷플릭스]

‘컬트’라 불리는 사교(사이비교)의 논리를 담은 ‘믿음의 함정’편 [사진 넷플릭스]

같은 시리즈의 영상들 중 관심이 가는 에피소드가 하나 더 있었다. ‘컬트’라 불리는 사교(사이비교)의 논리를 담은 ‘믿음의 함정’편이었는데, 신천지 이슈가 연일 기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더 궁금했었다. 작품은 사교가 가진 성격을 크게 3가지로 요약한다. 카리스마가 넘치며 권위적인 지도자, 정교한 세뇌 프로그램, 그리고 이어지는 착취 그것이다. 영상은 사교에 빠져드는 단계를 사회심리학적으로도 분석해 볼 수 있다고 정리한다. 다음의 7가지 과정을 거치는데, 우선 포교 대상자로 힘겨운 변화를 겪고 있는 사람을 선택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부드럽게 접근해 요가나 명상 등 새로운 경험을 해보도록 부추긴다. 그 시간에 익숙해지면 이들을 조금 더 고립된 환경으로 데리고 가 외부와의 소통 없이 그곳에서 새로운 현실을 심어준다. 그리고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는 친애하는 교주님이라는 걸 세뇌시킨다. 교주에게 심리적으로 의존하면 할수록 스스로 하는 사고와 판단은 마비된다. 그리고 그때쯤 교주와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 외에는 그들을 헤칠 것이라고 주입시켜 외부의 적을 만들어낸다. 또 사교 집단 안의 룰에 순응하라는 압박을 또래들로부터 받게 만든다. 그리고 반사회적 자아도취형 인간인 교주는 이들을 착취한다. 사람들의 심리를 조정한 후 이들을 착취한다는 것이다. 사교는 이렇게 약한 고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난세의 해독제임을 자처하며 다가간다.

'익스플레인:뇌를 해설하다' 복잡한 미지의 영역, 뇌의 활동에 대해 다루는 작품. [사진 넷플릭스]

'익스플레인:뇌를 해설하다' 복잡한 미지의 영역, 뇌의 활동에 대해 다루는 작품. [사진 넷플릭스]

내친김에 다른 ‘익스플레인’ 다큐멘터리도 시청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익스플레인: 뇌를 해설하다’인데 복잡한 미지의 영역, 뇌의 활동에 대해 다루는 작품이다. 그 중에서도 ‘마음챙김(MINDFULNESS)’편을 시청했는데 요즘같이 고민과 걱정이 많은 때 필요한 내용이란 생각이 들었다. 긴장을 풀고 호흡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마음챙김’은 미국에서 명상의 일종으로 사용되는 단어이다. 종교적인 명상이라기보다 자신의 현재 즉 지금의 마음과 몸의 상태에 집중해 중요한 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일컫는다. 현재 일어나는 일에 오롯이 집중해 깨어있는 상태. 이런 과정을 계속 갖다 보면 스트레스도 줄고 내 주변에 대해 바른 판단도 할 수 있게 된다.

잠시 멈추고, 돌아갈 때! 마음만이라도 제대로 챙겨야겠다.

우먼센스 편집국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