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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공공 일자리 끊기니, 농어촌 일하러 가셨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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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고용 충격으로 이어진 지난달, 되려 대거 취업자가 늘어난 업종이 있다. 농업과 임업·어업이다.

코로나로 제조·유통 등 고용 감소 #농림·어업은 3월 되레 13만명 늘어 #신규 취업 대부분 저소득 고령층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농·임·어업 부문 취업자는 139만9000명으로 한 해 전 같은 기간보다 10.6%(13만4000명) 증가했다. 제조업(-2만3000명), 도·소매업(-16만9000명). 숙박·음식점업(-11만명) 등 대부분 산업에서 취업자가 줄어든 것과는 정반대 결과다.

최근 5년 간 주요 산업별 취업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최근 5년 간 주요 산업별 취업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농·어업 부문 취업자가 갑자기 늘어난 배경은 무엇일까. 기술 혁신 등으로 1차산업의 부가가치가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 일부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2월 말부터 정부가 공공 노인 일자리 사업을 중단한 여파가 컸다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외국인 노동자 입국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농번기 핵심 노동력인 이주 노동자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공공 일감이 끊긴 노인들을 고용해 농가가 새 봄맞이에 나섰다는 것이다.

2019 하반기 산업·임금수준별 근로자 비중. 그래픽=신재민 기자

2019 하반기 산업·임금수준별 근로자 비중. 그래픽=신재민 기자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사회복지·공공행정 분야 노인 일자리 사업이 코로나 확산으로 중단되자, 이 사업 참가자들이 농·어업 취업자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노인 일자리 참여자는 휴직을 해도 되지만, 소득이 필요한 사람은 취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어업 취업자는 코로나19 확산 전에도 꾸준히 늘고 있었다. 2017년부터 늘기 시작해 올해 3월까지 3년 동안 20.5% 증가했다.

연령별 농가 인구. 그래픽=신재민 기자

연령별 농가 인구. 그래픽=신재민 기자

정부는 이런 추세에도 농·어업이 국내 주요 고용시장으로 자리를 잡기에는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취업자 대부분이 저소득 고령자이거나 무급가족종사자(급여를 받지 않고 가족과 함께 일하는 취업자)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농가 인구는 60세 이상 계층을 제외하면 모든 연령에서 감소했다. 농·어업 종사자의 67.5%가 월평균 소득 200만원 미만에 해당하는 등 임금 수준도 낮다.

역설적으로 코로나 위기는 농·어업의 가치에 눈을 돌리게 했다. 세계식량계획은 코로나 유행으로 전 세계에서 굶주리는 인구가 1억3000만명 증가하는 등 식량 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박범근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 선임 연구원은 “신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팜은 아직은 비용 대비 수익이 낮은 편”이라며 “정부 지원이 받쳐주면 화장품·약재료 등으로 쓸 수 있는 고부가가치 작물 재배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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