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정부 합의…남은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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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안을 놓고 정면 충돌 양상을 보여온 의료계와 정부간 갈등이 7일 22개항 합의안 서명과 휴진 종료 결정으로 일단 막을 내렸다. 합의안은 그러나 의약분업의 한 축인 약계 참여없이 이뤄져 또다른 갈등의 소지를 남겼다.

선진국의 경우 의약분업을 법제화하는 대신 병원.약국.환자 등 의료주체들이 의약분업에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문화´ 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할 시점이다.

◇ 합의안

합의안은 ▶임의조제 감시단 구성▶조제.판매의 개념 정립▶전문의약품 분류▶약화사고 지침마련 등 약사의 임의.대체 조제 관련 항목이 대부분이다. 의료계는 일단 정부가 고압적인 자세를 버리고 대화에 나섰다는 점을 평가하고 있다.

반면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약사들은 생각조차 않고 있는 ´임의조제 문제를 의료계가 물고 늘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 며 "휴진 사태를 무마하는데 급급한 정부의 저자세는 납득할 수 없다" 고 비판했다.

◇ 과제

정부는 7월 의약분업 시행 후 수가를 조정할 방침이지만 인상폭이 의약계의 기대수준에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의약분업 시행초기 매년 1조4백억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매년 의보료를 18% 인상하든지, 아니면 국고로 이를 충당해야 한다는 계산이지만 보험료든, 세금이든 국민부담이 늘기는 마찬가지다.

◇ 선진국은...

미국과 캐나다는 국민 건강.편익 중심의 의약분업제 운영이 정착돼 우리나라의 의약계간 갈등을 "이해할 수 없는 일" 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 탄탄한 의보재정이 뒷받침돼 의사와 약사가 재정분배 문제로 다투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미국 식품의약청(FDA) 배리 풀 약품정보국장은 "약사의 임의조제를 적발할 경우 자격정지.면허취소 등의 행정조치를 내리고 형사처벌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약사들이 임의조제를 할 실익이 없다" 고 말했다.

캐나다는 의사의 조제행위를 법이 아니라 차등수가로 해결하고 있다. 토론토시 블러의 교포의사 김진영 박사는 "환자 1인당 진료비가 16~26달러인데 비해 조제료는 1달러로 왜 조제를 하겠느냐" 고 반문했다.

워싱턴.토론토〓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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