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긴급진단

중앙일보

입력

덴마크는 가축 구제역(口蹄疫) 을 6개월 만에 극복한 성공사례로 꼽힌다. 덴마크에서는 1982년 3월 15일 소에게서 먼저 구제역이 발병해 3월 18일 구제역으로 진단하고 다음날 구제역 발병을 내외에 공식 선포했다.

덴마크 정부는 즉시 방역대책에 나서 구제역이 발생한 22개 농장과 주위 지역을 차단하고 지역내 모든 전염가능 도축을 도살해 6개월 만에 구제역을 종식시켰다. 이로부터 1년 뒤인 83년 9월에 돼지고기 수출이 재개됐다. 예방백신을 사용하지 않고 도살처분만으로 대처한 결과였다.

우리의 구제역 방역 시나리오도 당초에는 예방백신 접종보다 도살처분을 우선하는 것으로 짜여 있었다. 예방백신을 공식 접종할 경우 백신을 맞은 가축이 모두 내수시장에서 소비될 때까지 수출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파주.홍성에서 예방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해 축산물 수출은 당분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백신 접종 결정은 구제역이 확산기미를 보이는 현 시점에서 일단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파주에서는 1백마리도 안되는 소를 묻으면서도 농가의 합의를 받아내고 매몰장소를 선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대량 도축이 시원한 방법이지만 농민의 반발과 폐기물 공해 등 부작용도 있다.

또 구제역 발생지역 가축의 이동.판매 제한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덴마크의 성공은 축산농가들이 가축의 이동제한.도살처분 등 정부의 방역대책에 충실히 따라줬고 불과 4일 만에 구제역을 공식 확인하는 등 조기 대처한 결과였다.

그에 비해 우리는 구제역을 확인하는데 10일 가까이 걸렸다. 수의과학검역원이 첨단기기로 구제역을 1차 확인하는데 2~3일이면 가능하고 파주에 수포성 질환 예방백신 대신 구제역 백신을 접종했다는 것은 내부적으로는 공식 발표 전에 이미 구제역으로 판정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우리보다 3년 먼저 구제역이 발생해 지금까지도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는 대만은 반면교사(反面敎師) 다. 대만은 구제역 이후 양돈산업이 붕괴하고 돈육 수출의 길이 막혔다. 3백80여만마리에 달하는 감염 돼지를 도살처분하면서 물.토양 등 환경이 오염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대재난으로 확대된 것은 불과 1주일 만에 바이러스가 전 국토를 휩쓴 탓도 있지만 초동 방역에 실패하고 방역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된 때문이다. 예방백신 비축이 턱없이 부족했고 죽은 돼지가 방치되고 감염 돼지가 시장에 유통됐다.

우리의 경우 예방백신은 대만(4만마리분) 과는 달리 비교적 다량 확보(30만마리분) 돼 있다. 그러나 대상 가축이 1천여만마리에 이르고 있어 백신공급량 확보에도 신경써야 한다.

공교롭게도 덴마크(82년) 와 대만(97년) 의 구제역 발생이 공식 확인된 날이 모두 3월 19일이다. 아시아에서 마지막 구제역 비(非) 발생국이었던 우리와 일본도 3월에 구제역이 찾아왔다. 이는 구제역이 초봄에 발병하기 쉽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대만의 전문가는 ´외부온도가 24도 이상이 되면 새로운 구제역의 발생은 어렵다´ 고 말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2~3개월이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다.

충남 홍성군 축산단지〓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