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다음날, 오거돈 페북엔 "여성 행복이 곧 부산의 행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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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오거돈 부산시장이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울먹이고 있다. 송봉근 기자

23일 오전 오거돈 부산시장이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울먹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오거돈 전 부상시장이 성추행 사건 발생 즈음 '여성 인권 신장'을 강조한 글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내로남불", "자가당착"이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이었던 지난달 8일 오 전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든 여성이 꿈을 포기하지 않는 부산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경력단절 여성이 많고 임금 차별도 여전해 안타깝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적어도 우리 부산에서는 원치 않게 꿈을 잃거나 차별받는 여성은 없어야 할 것이다”라며 “여성 한 명 한 명의 행복이 곧 부산의 행복이다”라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다음 날이었다. 이를 네티즌들이 재소환하면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동시에 성희롱 행위를 "엄벌하겠다"는 과거 오 전 시장의 발언도 재조명됐다.

지난해 9월 오 전 시장은 부산시 산하기관 등에서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자 “성희롱은 뿌리 뽑아야 할 구태”라며 “앞으로 성희롱 문제가 일어날 경우 당사자를 업무에서 즉시 배제하고 엄벌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23일 오전 오 전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장 사퇴를 공식 선언했다. “5분 정도의 짧은 면담 중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며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강제추행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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