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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호텔 "임대료 미뤄달라" 요청에 곤혹스러운 트럼프 정부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족이 운영하는 '트럼프 그룹'(Trump Organization)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정부 소유 건물에 대한 임대료 납부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해 트럼프 행정부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자칫하면 특혜로 비칠 수 있어서다.

2017년 9월 5일 촬영된 미국 워싱턴DC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전경. AFP=연합뉴스

2017년 9월 5일 촬영된 미국 워싱턴DC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전경. AF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워싱턴DC에 위치한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이 미 연방조달청(GSA)에 임대료 납부 기한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에서 겨우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한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은 국립사적지(NRHP)로 지정된 옛 우체국 건물로 연방정부에 소유권이 있다. 트럼프 그룹은 2013년 60년 임대 계약을 체결한 뒤 객실 263개 규모의 호텔로 운영 중이다. 트럼프 그룹이 연방정부에 지불하는 임대료는 매달 약 26만8000만달러(약 3억3000만원)로 알려져 있다.

2016년 10월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개장한 호텔은 이듬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호황을 맞았다. 국내외 로비스트들과 외교 인사들이 호텔을 꽉 채운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직격탄은 피해가지 못했다. 호텔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가 됐고, 매출이 급감해 경영난을 겪고 있다.

결국 호텔 운영을 맡고 있는 트럼프 대통려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은 GSA에 SOS를 쳤다. "연방정부 소유 건물의 다른 임차인들과 우리를 동등하게 대해달라"는 것이다.

미 의회는 5000억달러(약 616조원) 규모의 재무부 긴급지원금 지원 대상에서 트럼프 그룹을 제외했는데, 이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셈이다.

트럼프 그룹은 플로리다주에 있는 마러라고 리조트에 대해서도 토지 임차료를 변경해달라고 주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계자들을 인용보도한 NYT에 따르면 에릭 트럼프는 "영업 중단을 지시한 카운티 정부가 임대료를 받아가고 있다"며 "다른 곳에는 어떻게 하고 있나. 우리를 그냥 똑같이 대해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GSA는 트럼프 그룹의 요청에 갈등하고 있다.  NYT는 "GSA가 요청을 거절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할 수 있고, 이를 받아들이게 되면 외부에서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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