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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딸 의전원 면접 연습 녹음 공개···檢 "거짓말 리허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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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자본시장법 위반(허위신고 및 미공개정보이용) 등 혐의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자본시장법 위반(허위신고 및 미공개정보이용) 등 혐의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간단히 여섯 글자로 말하면 ‘거짓말 리허설’입니다”

딸의 서울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2차 면접을 앞둔 2013년 정경심(58) 동양대 교수는 딸 조민(29)씨와 함께 공주대 김모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조씨가 고등학생일 때 공주대 대학원 연구실에서 인턴을 했다고 확인서를 내준 교수다. 정 교수와 대학 동기이기도 하다. 검사는 당시 정 교수가 녹음한 파일을 법정에서 제시했다. 그리고 그때의 상황을 ‘거짓말 리허설’이라고 주장했다. 2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 교수의 공판에서다. 이날 공판에는 김 교수가 증인으로 나왔다.

녹음 파일에는 조씨와 정 교수, 김 교수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 교수는 조씨에게 “혹시 그것들이 질문에 나오면 알기는 해야 한다”고 말한다. 검사는 이 부분을 두고“이 ‘질문’은 서울대 의전원 면접관 질문이 맞느냐”고 물었고 김 교수는 “맞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앞선 검찰 조사에서 이날의 만남에 대해 “조씨가 서울대 의전원 1차에 합격했고, 2차를 해야 해서 도움을 요청하려고 만났다”고 설명했다.

의전원 면접 전 확인서 써준 교수가 조언

김 교수는 조씨에게 “경험을 하고 싶어서 엄마 지인 소개로 갔다 왔고, 참여하다 학회가 있다는 걸 알아서”라고 조씨가 일본학회에 참석하게 된 경위를 어떻게 설명할지 말해준다. 또 “네가 영어를 잘해서 프레젠테이션을 맡았고, 그래서 공동저자로 들어가게 됐다고 하고”라고 조언한다. 그 뒤 “대신 뭘 했는지는 정확하게 이해는 해야 하잖아”라며 조씨에게 연구 내용을 상세히 설명한다. 김 교수의 설명에 조씨는 연이어 “네”라고 답한다. 김 교수는 “상까지 받았다면 사람들이 이것도 안 믿을 거야”라고 덧붙인다.

검사는 “증인이 조씨에게‘뭘 했는지는 정확히 알아야 하잖아’라고 한 건 조씨가 실제 그런 작업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인가”라고 묻는다. 김 교수는 “잊어버렸을 수도 있고, 안 했을 수도 있고 발표를 위한 과정이다”라고 답한다. 김 교수는 앞선 검찰 조사에서 “녹취록에 제가 조민에게 자세히 설명하지 않느냐, 솔직히 조민이 그걸 한 번이라도 수행해본 사람이라면 제가 그렇게까지 자세하게 설명하겠습니까”라고 진술했다.

검찰의 녹음 파일 제시에 정 교수의 변호인은 “체험 활동 확인서를 쓸 때와 의전원 입시를 앞둔 때는 4년의 시차가 있는데 이를 동일시하는 건 아닌지 비약이 너무 심하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 “생각 없이 그냥 도장 찍었구나, 후회”

검찰은 김 교수가 2009년 정 교수로부터 부탁을 받고 대학원생 논문 초록과 일본 학회 발표 포스터에 조씨를제3 저자로 기재해줬다고 보고 있다.

이날 검사는 김 교수에게“‘조씨가 구체적 실험에 참여한 사실이 없고, 특별한 체험 활동도 한 게 없는데 확인서를 써준 거 후회된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게 맞냐”고 물었다. 김 교수는 “맞다, 시간을 더듬어보니 ‘생각 없이 도장을 찍었구나’ 하고 후회했다”고 답했다.

검사는 김 교수가 쓴 4장의 체험 활동 보고서를 차례로 제시하며 시기 및 문구 하나하나를 되물었다. 조씨가 받은 확인서에는 “‘성 분화 관련 유전자의 분자생물학적 탐지’에 있어 괄목할 성과가 있음”이라고 기재돼 있다. 검사가 이 활동이 뭐냐고 물으니 김 교수는 “누가 DNA 연구할 때 옆에서 구경하고 허드렛일 하는 것인데 제가 너무 좋게 써준 것”이라고 답했다.

변호인 “면접 조언, 조 씨만의 일 아냐” 

이어진 변호인의 반대신문에서는 조씨가 실제로 일본 학회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김 교수가 조씨의 의전원 면접 전 도움을 준 것이 이례적인지에 대한 반박이 이어졌다.

변호인은 김 교수에게 “체험활동 확인서를 쓸 때 허위로 쓰고 있다는 걸 인식했나”라고 물었다. 김 교수는 “그냥 보기 좋게 만들어주는 정도라고 생각했다”며 “기간은 학부형이 알 것이고, 연구실에서 하는 일에 관해 쓰면서 허위라고 생각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제가 과하게 쓴 것은 분명하다, 고등학생이 했던 일로 써야 하는데 그렇게 쓴 건 잘못이다”라고 인정했다.

또 변호인은 “자녀나 학생이 의전원에 면접시험을보러 갈 때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어떤 질문이 나오고 어떻게 답변을 할지 조언하고 가르쳐주는 일이 있지 않으냐”고 물었다. 김 교수는 “그건 당연하다”고 답했다. 이어 변호인이 “조씨빼고도 대학원 수준의 높은 면접 등에 응할 때 예상 질문과 답변을 조언해준 적 있느냐”고 묻자 김 교수는 “항상 한다”고 답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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