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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유령도시’ 대구, 이젠 코로나 그늘 벗어나 기지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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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7일 대구 한 백화점에 손님들이 부쩍 늘어난 모습이다. 김정석 기자

17일 대구 한 백화점에 손님들이 부쩍 늘어난 모습이다. 김정석 기자

17일 오후 대구시 중구 삼덕동 한 카페. 카페 업주 황보준(32)씨가 주문을 받으랴 매장 정리를 하랴 건물 1~2층을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한 달여 전까지만 해도 카운터에 앉아 종일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믿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하루 확진자 741명서 한 자릿수로 #카페·백화점·식당에 손님 많아져 #BC카드 사용액 감소폭 절반 줄어 #“생활 방역 철저히 유지해야 회복”

텅텅 비어있던 카페에는 이제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노트북을 펴 놓고 작업하는 사람이 꽤 많았다. 커피를 사기 위해 드나드는 사람도 끊이지 않았다. 손님이 모두 마스크를 끼고 있거나 자리를 띄엄띄엄 앉아있는 모습이 아니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황보씨는 “코로나19가 심각하게 퍼질 때는 하루 4000원짜리 아메리카노 2잔밖에 팔지 못한 적도 있다”며 “당시 일대 식당과 카페가 저녁이면 문을 모두 닫아 밤마다 유령도시처럼 변하곤 했으며, 한 반찬가게 주인은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황보씨는 “지금은 장사가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손님들이 찾아주고 있다”며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다시 일어날 수 있어 매장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매일 실내 방역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백화점은 지난 2월 24일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손님이 뚝 끊겼었다. 김정석 기자

이 백화점은 지난 2월 24일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손님이 뚝 끊겼었다. 김정석 기자

17일 지역 백화점도 활기를 띠고 있었다.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만 해도 백화점엔 손님보다 직원들이 더 많았다. 마치 문을 열지 않은 것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적막했다.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임시휴업을 하는 일도 잦았다. 반면 지금은 손님도 빠르게 증가 추세고, 영업시간도 정상화됐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연일 한 자릿수 증가 폭을 나타내면서 대구 지역경제도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10일과 17일엔 대구에서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741명까지 폭증했던 때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대구가 코로나19의 그늘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현상은 소비가 회복세를 띠고 있다는 점으로 확인할 수 있다.

대구경북연구원이 지난 14일 펴낸 연구보고서에서는 대구 서비스업이 매출 회복 기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BC카드 사용액으로 추정해 본 서비스업 매출은 최근 충격이 완화되는 조짐을 보였다. 2월 넷째 주 대구 지역 BC카드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40.5%(913억8548만원→543억9133만원)까지 떨어졌지만 4월 첫째 주에는 -26.4%(902억2654만원→663억8202만원) 감소 폭에 그쳐 14.1% 포인트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집단 확진이 발생한 지역, 이용객 밀집도가 높은 업종, 온라인이나 배달로 영업할 수 없는 현장 대면 서비스 제공 업종에 우선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객 수도 증가세다. 지난달 초 평일 13만3000여 명, 주말 7만7000여 명 수준이었던 대구 지하철 하루 평균 이용객은 이달 평일 22만3000여 명, 주말 14만1000여 명 수준으로 높아졌다. 대구 지역 학원과 교습소들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17일 기준으로 대구 지역 학원·교습소 7638곳 중 4519곳(59%)이 휴원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대구 지역 학원·교습소 휴원율은 최고 98%에 달했다.

채홍호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안정화 추세가 지속할 수 있도록 시민께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위생 수칙 준수에 더욱 철저히 동참해 줄 것을 거듭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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