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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빈자리 꿰찬 미세먼지···中 최악 스모그에 하얼빈 신음

중앙일보

입력

중국 하얼빈 시내가 고농도의 미세먼지로 인해 뿌옇다. 트위터 캡쳐

중국 하얼빈 시내가 고농도의 미세먼지로 인해 뿌옇다. 트위터 캡쳐

“모든 도시가 스모그로 뒤덮여 있다. 공기에선 숨 막히는 냄새가 나고, 많은 사람이 잠에서 깼다고 했다” -위밍 트위터

지난 18일 중국 하얼빈시 주민이 SNS에 올린 글이다. 이날 하얼빈시의 일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 906㎍(마이크로그램)을 기록했다. 국내로 따지면 ‘매우 나쁨(76㎍/㎥)’ 기준의 12배에 이르는 수치다. 오전 한때에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2357㎍/㎥까지 치솟기도 했다.

중국 하얼빈 시내가 고농도의 미세먼지로 인해 뿌옇다. 트위터 캡쳐

중국 하얼빈 시내가 고농도의 미세먼지로 인해 뿌옇다. 트위터 캡쳐

중국 신징바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며칠 동안 하얼빈을 비롯한 동북 지역 10개 도시에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2000㎍/㎥를 초과하는 등 심각한 스모그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하얼빈시는 최악 대기오염 단계인 적색경보를 내렸다.

위성 모니터링 결과, 농민들이 대규모로 노천에서 짚을 태우면서 고농도의 미세먼지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낮은 풍향과 높은 습도 등 기상적인 요인도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환경 당국은 단속팀을 급파하는 등 현장 감시를 강화했다.

코로나의 역설…중국 미세먼지 11% 줄어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분석한 중국의 이산화질소 오염도. 왼쪽은 지난 1월 1~20일. 오른쪽은 2월10~25일 오염도를 분석한 것인데,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대기오염이 크게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NASA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분석한 중국의 이산화질소 오염도. 왼쪽은 지난 1월 1~20일. 오른쪽은 2월10~25일 오염도를 분석한 것인데,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대기오염이 크게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NASA

올해 들어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대기질은 눈에 띄게 개선되는 추세를 보였다.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활동이 유례없이 위축되면서 대기오염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른바 ‘코로나의 역설’이다.

봉쇄 조처를 한 미국과 중국 등 27개국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9% 줄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기오염이 줄어들면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도 세계적으로 7400명 감소한 것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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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국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사업장 가동을 중단하고 격리 조치를 내놓으면서 올겨울 고농도 일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중국 전역의 초미세먼지 평균농도는 49㎍/㎥로 지난해 같은 기간 55㎍/㎥에서 11%가량 감소했다. 이런 변화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인공위성 관측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영국 시민단체인 '카본 브리프(Carbon Brief)'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국의 석탄 사용량은 4년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4분의 1가량 줄었고,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36% 감소했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줄면서 국내 미세먼지 농도 역시 지난해보다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 초미세먼지 평균농도는 24㎍/㎥로 지난해 같은 기간(33㎍/㎥)보다 27%가량 감소했다.

“코로나 극복 위해 미세먼지 정책 후퇴” 우려

중국 춘절 전후 주요 발전회사의 석탄 사용량 추이. 최근 들어 다시 예년의 수준을 회복했다. 카본 브리프

중국 춘절 전후 주요 발전회사의 석탄 사용량 추이. 최근 들어 다시 예년의 수준을 회복했다. 카본 브리프

하지만, 이런 모습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최근 동북 지역에서 고농도 스모그 현상이 나타나는 등 중국의 대기질이 코로나19 확산 이전으로 돌아갈 조짐을 보이는 것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우한 봉쇄가 해제되고, 중국 경제가 점차 정상화되면서 주요 화력발전소의 석탄 사용량도 예년의 수준을 회복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쓸 경우 미세먼지 정책이 후퇴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김은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는 최근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발간한 '해설이 있는 이슈리포트'에서 “신종코로나 사태,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 지도부의 경제 운용에 부담을 가중했다”며“경제 성장 목표를 우선시할 경우 환경 규제가 완화하고 환경 정책이 후퇴하기 쉽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김지혜 리서처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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