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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추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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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고를 접하는 일에 익숙해졌다. 과거에는 슬픔에 빠진 유가족, 바쁜 상주를 대신해서 몇 사람이 대신 주위에 소식을 전하고 장례식장 정보를 알려왔지만, 이제는 상주가 직접 소셜미디어에 짤막한 메시지와 필요한 정보를 올리는 일이 흔해졌다.

물론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고 성의 없어 보여 심리적 저항이 있었다. 하지만 세상의 많은 변화가 그렇듯 사람들은 금방 적응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30년 전만 해도 부모님을 화장(火葬)하는 일은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이 화장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추모를 온라인에서 하는 일에도 적응하게 될까?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세상을 떠나고 있지만,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나 통행제재 명령으로 장례에 참석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면서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추모에 의존하는 일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장례과정을 온라인으로 중계하고 유족들이 화면으로 지켜보는 방식이다. 물론 이는 팬데믹 동안 사용하는 불가피한 방법이지만, 익숙해지면 앞으로는 장례식 참석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친지들 사이에서 사용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페이스북에서는 사용자가 세상을 떠난 경우 그 계정을 추모계정으로 전환하여 친구들이 꾸준히 방문해 망자를 기억하고 메시지를 남길 수 있게 하고 있다. 상실의 슬픔을 함께 나누는 온라인 그룹도 형성되고 있다. 인터넷에서 언제든지 찾아가 사랑하는 사람이 남긴 글과 사진을 보며 추모하는 일은, 어쩌면 멀리 떨어진 묘소를 일 년에 한두 번 방문하는 것보다 떠난 이들을 우리 곁에 더 가까이 둘 수 있는 방법일지 모른다.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