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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백년왕국’ 미국 백화점이 쓰러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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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미국의 백화점 체인인 니만마커스가 이번 주 안에 파산보호(법정관리)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파산보호 신청이 현실화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에 무너진 첫 번째 미국 대형 백화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통의 유통공룡들 잇단 사망선고 #113년 니만마커스 파산신청할 듯 #JC페니 850곳 문 닫고 8만명 해고 #162년 된 메이시스도 넉달 시한부 #“코로나, 오프라인 위기에 불질러”

니만마커스

니만마커스

올해로 창립 113주년을 맞은 니만마커스는 지난달 직영점 43곳과 할인점(라스트콜) 20곳, 명품 백화점(버그도프굿맨) 두 곳의 문을 닫았다. 직원 약 1만4000명은 무급휴직 상태다.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에 따르면 니만마커스의 부채는 약 48억 달러(약 6조원)다. 이달 말까지 갚아야 할 빚은 1억1500만 달러(약 1400억원)에 달한다. 1907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문을 연 니만마커스는 1972년 뉴욕의 버그도프굿맨을 인수하면서 고급 백화점으로 발돋움했던 업체다.

JC페니 주가. 그래픽=신재민 기자

JC페니 주가. 그래픽=신재민 기자

미국의 경제전문 잡지 포브스는 “코로나19가 부채에 허덕이는 니만마커스·JC페니·메이시스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고 전했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설립돼 100년 넘게 미국 소비의 명과 암을 보여준 주요 백화점 체인들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얘기다.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한 외출금지 명령 등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소비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유통업체의 급성장으로 이미 매출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상황에서 오프라인의 대형 유통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설명이다.

JC페니

JC페니

1902년 설립된 JC페니도 파산보호 신청을 검토 중이다. JC페니는 올해 초 40억 달러(4조8600억원) 규모의 채무 상환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채권단과 협상을 벌였지만 성과가 없었다. JC페니는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내 850개 점포의 문을 닫았고 직원 8만5000명을 해고했다.

메이시스

메이시스

올해로 창립 162년을 맞은 미국 최대의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는 최근 신규 자금조달을 위해 투자은행 관계자와 만나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 직원 12만여 명의 대부분은 지난달부터 무급휴직 상태다.

메이시스 백화점 주가. 그래픽=신재민 기자

메이시스 백화점 주가. 그래픽=신재민 기자

1901년 설립된 백화점 체인 노드스트톰은 보유한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얻는 방법을 찾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인 코언앤드컴퍼니는 “코로나19 충격에 노드스트롬은 1년간 버틸 수 있겠지만 메이시스와 JC페니는 각각 4개월과 7개월 정도 버티는 게 전부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미국에서 오프라인 대형 유통업체의 경영난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심각한 상황이었다. 1970년대 시카고에서 세계 최고층 건물(시어스타워·108층)을 자랑했던 백화점 체인 시어스는 2018년 파산보호 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바니스뉴욕(백화점)과 포에버21(패스트패션 브랜드) 등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젊은 세대의 취향이 ‘소유’보다 ‘공유’를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의류 대여업체(렌트더런웨이 등)가 떠오른 것도 의류를 중심으로 하는 오프라인 백화점 매출에 타격을 줬다.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는 이미 위기에 몰린 ‘벽돌산업(오프라인)’ 유통매장의 경영난에 불을 붙인 격”이라며 “감염병 유행이 종식되고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전통 유통업계가 예전처럼 잘 나가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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