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브랜드 파워’가 입증됐다. 제21대 총선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선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는 전체 28명이었는데, 이 중 18명이 당선됐다. 64.3%의 승률이다. 청와대 내에서도 “생각보다 많이 당선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수석비서관급 출신 후보는 모두 당선됐다.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성남중원), 정태호 전 일자리수석(서울 관악을), 한병도 전 정무수석(익산을), 이용선 전 시민사회수석(서울 양천을)은 모두 무난하게 상대 후보를 꺾었다.
비서관급 출신 인사는 11명 중 6명이 당선됐다. ‘문재인의 남자’라고 불린 윤건영 전 국정기획상황실장은 서울 구로을에서 3선을 했던 김용태 미래통합당 후보를 꺾고 당선인 신분이 됐다. 김영배 전 민정비서관(서울 성북갑), 진성준 전 정무기획비서관(서울 강서을), 민형배 전 사회정책비서관(광주 광산을), 신정훈 전 농어업비서관(나주-화순)도 무난히 금배지를 달았다.
‘문재인의 입’이었던 고민정 전 대변인은 서울 광진을에서 서울시장 출신의 오세훈 통합당 후보와 접전 끝에 당선됐다. 다만 보수 정당이 강세를 보였던 충청권에 출마했던 후보들은 근소한 표 차이라 낙선했다. 복기왕 전 정무비서관(아산갑)과 나소열 전 자치분권비서관(보령-서천), 박수현 전 대변인(공주-부여-청양)은 각각 2624표, 564표, 1577표 차이로 석패했다.
행정관급 출신 인사는 13명 중 8명이 당선됐다. 남영희 전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은 인천 동-미추홀을에 출마했지만, 윤상현 무소속 후보에 171표 차이로 졌다.
이 외에 열린민주당 비례 후보로 나섰던 최강욱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김의겸 전 대변인은 희비가 엇갈렸다. 중앙선관위 집계 결과 열린민주당은 5.42%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해 비례 2번인 최 전 비서관은 당선됐고 비례 4번인 김 전 대변인은 낙선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후보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한 데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후광 효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총선 전 주인 지난 7~8일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이 57%였다(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0대 총선 직전인 2016년 4월 4~6일 한국갤럽이 같은 조사를 했을 때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43%로 부정평가(46%)보다 낮았다.
정치권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가 18명이나 민주당 당적으로 원내에 진입한 만큼 민주당의 친문(친문재인) 색채가 짙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대 총선에서도 당선된 민주당 한 의원은 “국민의당과 분당된 지 오래됐기 때문에 이미 20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은 친문 중심이긴 했지만, 청와대 출신 인사가 국회로 들어오고 친문 의원들이 대거 다시 당선되면서 당이 더 친문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임기 후반부에도 당청 관계에서 청와대가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과거 정부에선 통상 집권 후반부로 갈수록 무게중심은 당으로 옮겨갔다. 청와대가 청와대 출신 국회의원을 당과 소통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당과 소통하는) 여러 기구가 있는데 굳이 청와대 당선인들과 따로 소통 기구나 채널을 만드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