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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어렵지만” 제주 관광가이드들 달콤한 나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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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국내여행안내사협회 회원들이 코로나19와 사투 중인 의료진을 위한 기부 물품을 포장하고 있다. [사진 김향선 국내안내사협회장]

국내여행안내사협회 회원들이 코로나19와 사투 중인 의료진을 위한 기부 물품을 포장하고 있다. [사진 김향선 국내안내사협회장]

제주도에서 관광 가이드 일을 하는 변경미(52)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달 일감이 전무했다. 변씨의 남편 장종국(52)씨도 관광업에 종사해 사실상 수입이 끊겼다.

“당 떨어진 의료진에 감귤 초콜릿” #일감 끊겨 청소·도배하면서 동참

두 딸을 둔 부부는 매일 일감을 찾는다. 변씨는 입주 아파트 청소 등을 하고, 장씨는 도배 보조 일을 해 왔다. 두 달째 빚으로 버틴다고 한다. 얼마 전 변씨는 입주 아파트 천장 청소를 하다 2m 높이에서 떨어져 타박상을 입고, 목에 무리가 와 디스크도 걸렸다. 이젠 농작물 작업 등 다른 일거리를 찾고 있다.

상황은 어렵지만 변씨는 국내여행안내사협회(회원 344명)의 의료진을 위한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협회는 지난달 31일 1500만원 상당의 감귤 초콜릿, 수제초코파이 등 제주 특산품을 구입하고 포장해 경북·충북 지역 의료진에게 기부했다. 지역 경제에도 보탬이 되고 기부의 뜻도 전하기 위해서였다.

‘코로나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에서 일하는데 기부할 생각이 나던가’란 기자의 질문에 변씨는 “뉴스로 의료진의 모습을 봤다. 병원 구석에서 라면을 먹더라”라며 울먹였다. 이어 “저들이 내 자식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당 떨어질 때 초콜릿이라도 입에 넣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또 “코로나가 종식돼야 우리도 살 수 있기에 모두 한마음 한뜻이었다”고 전했다.

국내안내사협회 김향선 회장은 “회원들이 모두 형편에 맞게 기부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협회 소속 회원들은 대부분 제주도 관광가이드다. 김 회장은 제주도 가이드 중에는 한부모 가정의 가장도 많아 코로나19가 닥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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