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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멈춘 검찰 수사 재가동…"윤석열, 선거 결과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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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일인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줄을 서고 있다.2개월 여 만에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윤 총장은 이날 홀로 투표소를 찾아 마스크를 쓴 채 한 표를 행사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일인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줄을 서고 있다.2개월 여 만에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윤 총장은 이날 홀로 투표소를 찾아 마스크를 쓴 채 한 표를 행사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은 21대 총선을 앞둔 1월 말 대검찰청 참모진에게 "검찰이 선거에 영향을 줬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관련 수사를 비공개로 하고,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윤 총장은 아직 이와 관련된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15일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조만간 '미뤄뒀던 수사를 본격화하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임종석 소환서 멈춘 '울산 사건' 수사, 다시 본격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 전 실장은 2018년 6·13지방선거 당시 후보자였던 송철호 울산시장의 당내 경선 경쟁자인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등과 함께 경선 포기를 종용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뉴스1]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 전 실장은 2018년 6·13지방선거 당시 후보자였던 송철호 울산시장의 당내 경선 경쟁자인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등과 함께 경선 포기를 종용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뉴스1]

총선 이후 검찰은 청와대가 2018년 6·13지방선거 국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송철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지시하고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부터 다시 파헤칠 전망이다. 검찰은 총선 국면 직전인 1월 말 중간 수사 결과를 토대로 송철호 울산시장과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청와대 전·현직 인사와 울산시 공무원 등 13명을 일단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당시 공개된 공소장 요지에서 지난 울산시장 선거가 청와대와 경찰 등 관계기관과 합심해 벌인 '송철호 당선 프로젝트' 라는 인식을 분명히 내비쳤다.

하지만 수사는 의혹의 핵심 인물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소환 조사에서 사실상 멈췄다. 윤 총장이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 수사를 지시해서다.

현재 검찰은 임 전 실장 등의 신병 처리를 결정하기 위한 증거 수집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 출신으로 '울산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검찰 수사관의 휴대전화 비밀번호가 지난달 말 풀리면서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과 법조계는 해당 휴대전화가 청와대의 ‘윗선’과 나눈 대화 내용 등 핵심 단서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해 왔다.

선거 수사 본격화…"윤 총장 '정치적 중립성' 시험대 될 것"

총선 직후 검찰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경쟁 후보자 등이 고소·고발한 선거 사건도 본격 수사한다. 선거 사범은 공소시효가 6개월로 짧아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 대검은 이르면 16일 오후 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선인 300명 가운데 선거법 위반으로 입건된 당선인 통계를 발표한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선거일 당일 기준 당선인 300명 중 104명이 입건됐다. 다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선거 운동이 축소되면서 이보다는 적은 수가 입건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선거 이후 여당 의원에 대한 수사는 봐주거나 야당 의원에 대해서는 강하게 하는 경우가 있어 정치 검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며 "이번 선거 수사는 윤 총장의 '정치적 중립성'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검찰은 라임자산운용의 1조60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중심으로 벌어진 기업사냥 범죄와 정치권 연루 의혹도 본격적으로 파헤칠 전망이다. 제일모직·삼성물산의 부당합병 의혹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윤 총장의 부인과 장모 수사, 채널A와 현직 검사장의 유착 의혹 수사 등도 진행된다.

"선거에 달렸다"

지난 3월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준비단 자문위원회 첫 회의에 남기명 단장(오른쪽) 등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준비단 자문위원회 첫 회의에 남기명 단장(오른쪽) 등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가 윤석열 검찰 수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여당이 압승하면 울산 사건 수사 등에 강한 견제가 예상된다. 오는 7월 출범 예정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앞세워 윤 총장의 사퇴를 압박할 공산도 크다.

예상을 깨고 야당이 승리하면 윤 총장의 원칙 수사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총선 결과에 따라 정권과 검찰 간 갈등이 재발하느냐, 검찰이 궁지에 몰리느냐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 내부에서는 총선 이후 윤 총장이 선거 기간 침묵으로 쌓였던 오해부터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검사장은 "(황희석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가) '윤 총장이 대통령 구속 못 할 것 없다'고 언급한 것이나 장모와 관련된 의혹, 기자와 검사장 유착 의혹에 대한 감찰 논란 등은 윤 총장이 직접 오해를 풀어주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총선 이후 수사 이외에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제기한 수사·기소 분리 문제,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풀어야 할 정책 난제도 많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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