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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온 송파 60대, 사우나서 잡혔다···휴대폰·주소 모두 가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는 지난 1일 해외 입국자에 대해 14일 동안 자가격리와 안전보호 앱 설치를 의무화했다.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1일 해외 입국자에 대해 14일 동안 자가격리와 안전보호 앱 설치를 의무화했다. [연합뉴스]

자가격리지 주소와 휴대전화 번호를 허위로 써낸 해외 입국자가 사우나·음식점을 돌아다니다 적발됐다. 해외 입국자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에 방역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

미국 입국자, 자가격리 무단이탈 #송파구 “해외입국자 통보 못 받아”

서울 송파구는 지난 11일 관내에서 자가격리 이탈자가 나왔다고 12일 오후 구청 웹사이트에 공지했다. 송파구와 경찰에 따르면 68세 남성 A씨는 지난 10일 미국에서 입국했다. 11일 오후 2시쯤 자가격리자가 이탈했다는 A씨 지인의 신고가 접수돼 확인했지만 그는 해외입국자 명단에 없었다. 경찰은 입국 관련 서류 등을 보고 A씨가 자가격리자임을 확인한 뒤 자가격리 주소지로 돌아가게 했지만 다시 이탈하자 오후 7시 35분쯤 사우나에서 체포했다.

10일 입국, 11일 지인 신고로 들통 

송파구 측은 A씨가 통보받은 해외 입국자 명단에 없어 신고 전에는 관리대상인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송파구 관계자는 “법무부 등에 해외 입국 여부를 확인한 결과 11일 오후 9시쯤에야 서울시로부터 A씨가 해외 입국자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해외 입국자 명단은 법무부·행정안전부·질병관리본부·서울시 등을 거쳐 각 자치구에 전달된다.

법무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A씨는 입국 당시 휴대전화가 없었고, 허위로 전화번호를 기재했다. 격리 장소로 송파구의 주소를 썼지만 확인 결과 이 주소지는 A씨가 미국에 출국하기 전 머물던 곳으로 자가격리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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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관계자는 A씨가 해외 입국자 명단에서 누락된 이유에 관해 “주소가 불분명한 내국인은 국가 격리시설로 이동하게 돼 있는데 주소와 휴대전화 번호를 썼기 때문에 격리시설로 보내지 않았다”며 “해외 입국자 명단에서 누락됐다기보다는 구청에 통보가 늦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A씨는 경찰 수사가 끝나는 대로 본인 동의로 국가 격리시설이 아닌 서울시가 운영하는 격리시설인 강북구 수유영어마을에 입소할 예정이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12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A씨를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무부·행안부에서도 거짓 정보 통과 

보건당국은 A씨가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만약 A씨가 양성이었다면 집단감염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서울시는 이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재발 방지 대책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입국 심사 시 실제 거주 주소지인지 확인해달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는 행안부에 입국자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며 “기재 정보가 진짜인지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일 해외 입국자에 대해 14일 동안 자가격리와 안전보호 앱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 앱을 통해 자가격리자는 매일 증상 여부를 알리고 담당 구청은 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한다. 앱을 이용할 수 없을 때는 담당 공무원이 1일 2회 전화로 확인한다.

경남도·충북도 등 일부 지자체는 휴대전화가 없는 해외 입국자에게 임대폰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선 전화든 지인 전화든 연락할 수 있는 연락처가 있어야 한다”며“다음 주부터 임대폰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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