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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분야 글로벌 경쟁 이미 시작, 원격의료 규제 풀어야"

중앙일보

입력

김주연 인바이츠헬스케어 대표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인바이츠헬스케어 임시 회의실에서 만났다. [인바이츠헬스케어 제공]

김주연 인바이츠헬스케어 대표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인바이츠헬스케어 임시 회의실에서 만났다. [인바이츠헬스케어 제공]

"한가지 가정해봅시다. 질병관리본부가 가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문진표를 바탕으로 앱을 만들어 전국민이 자가진단했다면. 그 진단 결과를 질본 서버로 보내 분석한 뒤 유증상자·고위험군을 가려내 순차적으로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게 했다면 어땠을까요. 코로나19의 사회적 공포나 혼란이 훨씬 줄지 않았을까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회사인 인바이츠헬스케어의 김준연 대표 얘기다. 그는 "5G,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탄탄한 한국에서 이런 서비스를 하지 못했다는 게 이상한 일"이라면서 "원격의료 규제에서 벗어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준연 인바이츠헬스케어 대표 인터뷰

인바이츠헬스케어는 지난달 SK텔레콤이 헬스케어 신사업부를 분사해 파트너들과 세운 합작사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뉴레이크얼라이언스, 하나로의료재단·서울의과학연구소 등을 운영하는 SCL헬스케어그룹이 대주주로 참여했다. SK텔레콤의 헬스케어유닛장 출신인 김 대표가를 지난 2일 서울 종로의 인바이츠헬스케어 사무실에서 만났다. 원격의료를 규제하는 국내 상황에서 인바이츠가 준비하는 헬스케어 서비스가 무엇인지 물었다.

'코로나19 진단 앱'은 실제로 제안했었나
"담당 공무원들과 만나 의견 교환까지 했다. 질본 문진표를 앱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진단 매뉴얼을 앱 버전으로 만드는 거라 얼마든지 가능하고, 지자체든 정부 부처든 결심만 하면 엔지니어를 바로 투입하려고 했다. 그런데 흐지부지됐다."
무산된 이유는
"표면적인 이유는 '특정 기업에 맡기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거였다. 근본적인 원인은 '원격의료 규제'때문 아니었나 싶다."

원격의료는 환자가 직접 병·의원을 방문하지 않고 통신망이 연결된 의료장비를 통해 의사의 진료를 받는 서비스다. 현재 환자와 의사 간 원격의료는 불법이다. 다만 의료인 간 원격의료(원격자문)는 가능하다. 2010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의료 민영화의 수단''대형병원 쏠림 심화' 등의 이유로 폐기됐다. 코로나19로 지난 2월 말부터 환자가 전화로 의사와 상담해 처방받는 서비스가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원격의료를 규제하는 데 스타트업이 가능한가  
"우리는 의사처럼 의료 행위를 하겠다는 게 아니다. 스마트폰 앱으로 회원들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의료상의 알고리즘을 분석해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식단과 운동 등을 컨설팅해주는 플랫폼을 만들어 서비스하겠다는 거다. 궁극적으로 개인 스스로 자기 건강을 관리하고 증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거다."
진료가 아닌 컨설팅이라 원격의료가 아니라는 건가
"답답하지만 뭐가 원격진료고, 뭐가 아닌지 구분하는 딱 부러진 기준이 없다. 보건복지부에 문의해도 정확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모호한 규제 탓을 하면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지 않나. 헬스케어는 머지않은 미래의 주요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고 글로벌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원격의료 규제로 한국만 서비스 제자리   

외국 상황은 어떤가.
"미국은 1990년대부터 시행했다. 일본은 2015년 원격의료를 허용했고 2018년부터 의료보험도 적용한다. 중국은 2016년 도입했고 지금은 '인터넷 의료' 시장이 4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구글·IBM·애플·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도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의료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우리만 원격의료를 규제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역설적으로 의료 시스템이 워낙 뛰어나서다. 병원 없는 동네를 찾기 어렵고, 아무리 작은 의원도 규모가 큰 종합병원과 협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의료 서비스 질도 우수하다. 이러니 원격의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적다. 반면 외국은 의료진 수가 우리보다 적다. 일상에서 불편을 느끼니 원격진료 필요성을 빨리 절감했던 거다."  
의료 시스템이 뛰어난 데 굳이 원격진료를 도입해야 하나 
"우리는 '원격진료만이 옳고, 규제는 나쁘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환자 입장에서 편의성과 효율성을 따져보자는 거다. 개인의 의료 정보가 수집되고 빅데이터 형태로 관리되면 의료 서비스와 질은 좋아질 게 자명하다. 병원간 협진이 지금보다 보편화하고 종합병원 쏠림도 줄 거다."

사업 막는 규제는 풀고 악용하면 패널티 줘야 

개인의 의료 데이터를 기업이 수집하는 데 저항감이 있을 수 있다.  
"인정한다. 하지만 '기업이 악용할 수 있다'는 막연한 우려 때문에 헬스케어 사업을 틀어막는 건 문제다. 제대로 된 규제라면 사업을 못하게 막는 게 아니고, 악용하지 못하게 선을 그어줘야 한다. 수집한 데이터를 잘못 사용한 기업은 완전히 망할 정도로 엄정하게 패널티를 주는 게 맞다. 하지만, 애먼 기업까지 사업을 못 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인바이츠가 당장 준비하는 서비스는
"당뇨나 심혈관계 질환 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관리 플랫폼을 구축한다. 대개 만성질환자는 병원에 반복적으로 방문해서 동일한 약처방을 받는 게 전부다. 차라리 건강관리 플랫폼으로 상시 체크하고 실질적인 건강 증진 정보를 제공받는 게 더 필요할 거다. 또 유전체 건강검진이다. 여기에 건강 관리 모듈까지 합쳐질 거다. 보험회사에서도 관심을 보여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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