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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치자 피로 코로나 환자 완치···전문가 "근거 더 필요" 신중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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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환자 치료하는 의료진. 연합뉴스

코로나19 환자 치료하는 의료진. 연합뉴스

'혈장치료'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완치한 사례가 나오면서 이 치료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과학적 근거를 더 따져봐야 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내놨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혈장 치료에 대해 언급했다. 정은경 본부장은 "학회 자문을 받아서 코로나19 완치자 혈장 채혈 지침은 거의 마무리된 상태다. 혈장을 어떻게 채혈하고, 검사하고, 준비해서 수혈할 수 있게 준비할 지에 대한 지침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채혈한 혈장을 어떻게 쓸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정 본부장은 "혈장을 어떤 환자에게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치료적인 지침은 아직 전문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입장이 정리되면 별도로 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세브란스병원은 코로나19 확진자 3명에 대해 국내 처음으로 혈장치료를 시도했다. 혈장은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 등을 뺀 액체 성분이다. 혈장치료는 코로나19 완치 환자의 혈장을 다른 환자에게 투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코로나19를 이겨낸 환자의 혈액 속에 면역 항체가 포함돼 있다면 이 항체를 다른 환자에게 투여해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미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신종 질환 치료를 위해 시도됐다.

세브란스병원은 이 혈장치료를 3명의 확진자에게 시도해 2명이 완치됐다고 밝혔다. 혈장 치료를 시도한 나머지 1명은 기저질환인 폐암으로 인해 사망했다.

세브란스병원이 혈장치료로 완치한 환자 이모씨의 폐 사진. 김씨가 혈장치료를 받기 전(좌)과 후(우)의 흉부 X-ray 영상. [사진 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이 혈장치료로 완치한 환자 이모씨의 폐 사진. 김씨가 혈장치료를 받기 전(좌)과 후(우)의 흉부 X-ray 영상. [사진 세브란스병원]

하지만 치료제가 없는 코로나19에 대해 혈장치료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을 두고 의료계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세브란스 병원에서 혈장치료를 통해 환자가 완치됐지만 하나의 '사례'라는 것이다. 9일 코로나19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중앙임상위원회에서도 이러한 의견이 주를 이뤘다.

임상위원회에 참석한 전문가는 "세브란스병원의 완치 사례 2명으로 혈장치료가 효과적이라고 판단할 과학적 근거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당국 지침으로 치료법을 반영하기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혈장 치료 대상이나 시기를 정하는 데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논의가 정리됐다고 한다.

정 본부장은 앞서 지난 1일에도 혈장 치료와 관련해 "혈장 확보와 채혈 지침 등은 대한수혈학회, 대한감염학회 자문을 받아 거의 마무리가 되어 있는 상태"라면서도 "임상적으로 (혈장을) 쓸지 말지에 대한 것은 의사들의 치료 영역"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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