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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 메시지 받던 나경복, MVP로 우뚝 섰다

중앙일보

입력

"나경복 믿고 간다."

지난 2018년 9월 충북 제천에서 열렸던 코보컵 대회에서 신영철(56) 우리카드 감독은 이렇게 선언했다. 당시 새로 팀에 부임한 신 감독은 시범경기나 마찬가지인 코보컵에서 선수들을 테스트한 후, 주전 레프트 자리에 나경복(26)을 기용하기로 결심했다. 붙박이 주전이었던 최홍석은 밀려났고, 그해 11월 한국전력에 트레이드됐다.

2019~20 프로배구 남자부 MVP를 받은 우리카드 레프트 나경복. [사진 KOVO]

2019~20 프로배구 남자부 MVP를 받은 우리카드 레프트 나경복. [사진 KOVO]

신 감독의 파격적인 결정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다. 나경복은 2015년 1라운드 1순위로 우리카드에 와서 신인상을 탔지만, 기복이 굉장히 심했기 때문이다. 특히 공격과 수비를 다 잘해야 하는 레프트 포지션이었지만, 리시브가 약했다. 그의 리시브 성공률은 지난 시즌까지 평균 19%였다. 강서브가 날아오면 놀라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공을 받다 보니 범실이 많았다.

가뜩이나 팀이 하위권에서 전전하는데, 1순위로 들어온 대형 유망주는 기대만큼 못해주면서 팬들의 실망도 커졌다. 그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는 욕설 댓글로 도배되기도 했다. 나경복은 "성격이 단순한 편인데도 스트레스가 심해 계정을 다 삭제했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랬던 나경복이 9일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열린 팀·개인상 전달식에서 이번 시즌 남자부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상금은 500만원이다. 나경복은 기자단 투표에서 전체 30표 중 18표를 받았다. 나경복은 처음으로 베스트7에도 이름을 올렸다. 나경복과 MVP를 놓고 경쟁한 안드레스 비예나(27·스페인)는 득점(756점)과 공격종합(성공률 56.23%)에서 모두 1위에 올랐지만, 우리카드에 밀려 팀이 2위에 올라서인지 10표를 받았다.

나경복은 "기록 면에서 보면 비예나가 앞서기에 내가 받을 거라 생각을 못 했다. 오늘 시상식에 올 때까지도 비예나가 받을 줄 알았다"면서 "나는 기복이 심했는데 올 시즌은 기복이 줄어들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모든 면이 좋아졌다. 상을 받더라도 모든 시즌이 끝나고 받았더라면 더 기뻤을 것이다. 시즌이 종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상을 받았기에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나경복은 신 감독을 만난 후, 나쁜 버릇을 세세하게 고치면서 서브 리시브 성공률이 30.64%까지 높아졌다. 그러자 공격도 한층 날카로워졌다. 이번 시즌 29경기에 출전해 491점으로 득점 6위, 성공률 52.92%로 공격 종합 4위를 차지했다. 국내 선수 중에서는 득점 1위, 공격 종합 2위였다. 나경복은 "신 감독님이 부임 이후 계속 밀어주셨다. 못 하는 날에도 믿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인데 상금은 기부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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