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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헌 ‘라떼는 말이지’…최하위 팀 변신에 앞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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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롯데 주장 민병헌. [뉴스1]

롯데 주장 민병헌. [뉴스1]

“젊은 선수가 베테랑처럼 하면 안 된다.”

롯데 주장, 공개 독설로 후배 격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주장 민병헌(33)은 올 초 이석환 대표이사 취임식에서 ‘독설’에 가까운 이야기를 했다. 노력하는 후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사석에서라면 몰라도, 공개 발언이란 점에서 놀라웠다.

민병헌을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나 ‘독설가’로 변신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난 어릴 때 독하게 연습했다. 아프고 몸이 상해 선수 생명이 좀 짧아져도 무언가 이뤄내고 싶었다. (후배들이) 성에 차지 않았다”고 말했다. 팀 스케줄이 끝나면 개인 훈련을 하지 않는 후배들 모습이 안타까웠다.

허문회 롯데 신임 감독은 팀 연습량을 줄였다. 선수 스스로 생각하는 야구를 지향한다. 정해진 훈련은 최소화한 대신, 각자 필요한 부분을 스스로 연습하는 분위기다. 한동안 혼란스러웠던 선수들도 익숙해지고 있다. 민병헌은 “확실히 지난해와는 다르다. 후배들의 달라진 모습이 고마웠다”고 말했다.

민병헌이 쓴소리한 건 부진과 관련 있다. 그는 지난해 4월 투구에 손가락을 다쳐 43경기에 결장했다. 팀 내 야수 중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 1위(3.53)에 오를 만큼 고군분투했다. 아쉬웠다. 무엇보다 팀 성적이 나빴다. 팀은 15년 만에 꼴찌를 했다. 그는 “다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내 책임 같아 스트레스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겨울 민병헌은 근육량을 늘리고 장타를 칠 수 있도록 타격 폼에 변화를 줬다. 공인구의 반발력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지난해 9홈런에 그쳤다. 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에 실패했다. 그는 “힘들게 몸을 만들었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버텼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개막을 앞두고 계획을 바꿨다. 그는 “힘을 키우다 보니 순발력이 떨어졌다. 순간적인 움직임이 무뎌진 것을 느꼈다. 그래서 타격 폼도 원래대로 바꿨다”고 말했다. 화려한 홈런보다는 팀에 필요한 주루 및 수비를 잘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프로야구 정규시즌은 5월에나 개막이 가능하다. 민병헌은 “야구장 관중석은 좌석끼리 가깝다.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관중·선수·관계자 등이 다 위험하기 때문에 이해한다. 그래도 기다려 주는 팬이 있다. 그라운드에서 빨리 뛰고 싶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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