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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배우고 성공한 남성이 골프 더 어려워” '레슨의 신' 임진한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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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한. [요넥스 제공]

임진한. [요넥스 제공]

골프는 어렵다.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한으로 남기도 한다. 그걸 풀어주는 선생님이 있다면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울 것이다. 에이지슈터 골프 스쿨의 임진한(63) 대표가 그런 선생님이다. TV 골프 방송에서 '레슨의 신'이라 불리기도 하는 임진한을 인터뷰했다.

"제자들에게 무릎 꿇고 공 놔준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비결은 뭔가.
“유명해지면 으쓱하게 된다. 그러나 선생님은 자기 자신을 낮추고 아마추어의 눈높이에서 마음을 읽어야 한다. 100타를 치든, 120타를 치든 그 사람 마음에 들어가야 한다. 나는 절대 화내지 않고, 감각이 없거나 고집 센 사람도 설득시키려 한다. 두 번째로는 혼을 다하는 것이다. 나는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꿇어 볼을 놔준다. 골프는 어렵다. 잘 친 샷 감도 금방 잊어버린다. 공을 놓는 시간 동안 감각을 잃을 수 있는데 그 느낌을 살려주기 위해서 내가 공을 놔준다.”

-머리카락이 아주 많다. 늙지 않는 것 같은데 유전자가 좋아서인가, 다른 비결이 있나.
“골프는 어렵다. 골프 가르치는 것도 배우는 것만큼 스트레스가 많다. 그러나 나는 행복하다. 내가 가르치는 사람이 잘 치면 너무너무 기분이 좋다. 즐겁게 일해서 덜 늙어 보이는 것 아닐까. 손가락질받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좌우명 중 하나다. 그렇게 살고 있어 불안하지도 않다.”

"여성이 몸 유연하고 골프 더 즐겨, 남자보다 유리"  

-방송 보면 여성들이 더 좋은 학생인 것 같다.
“여자들은 몸이 유연한 데다 생각도 단순하게 한다. 그래서 금방 따라 한다. 또한 여자가 골프를 더 재미있어한다. 남자는 밖에서, 여자는 집에서 스트레스받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집에 오래 있는 여성들이 들에 나갈 때, 그러니까 골프를 더 좋아한다. 남자는 골프장에서 업무상 접대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지만, 여자는 별로 없다.”

-머리 좋고, 학력 좋고, 부지런하기도 한 성공한 남자들이 골프 하다 혼란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남자는 일단 여자보다 고집이 세다. 성공한 사람은 더 그렇다. 공부 많이 하고 사업을 크게 하는 사람이라도 골프는 초보자에 불과한데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 또한 이런 분들은 하나를 가르치면 세 개, 네 개, 다섯 개를 하려 한다. 프로는 스윙을 바꿀 때는 공 1000개를 놓고 섕크가 나든, 토핑이 나든, 공이 어디로 가든 신경 쓰지 않는다. 타점을 찾는 과정이다. 그러나 아마추어들은 100개도 못 참는다. 그러다 ‘내가 프로 될 것도 아닌데’ 하면서 포기한다. 절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골프를 하지 마라. 공 신경 쓰지 않고 50%만 가지고 폼을 만들어라. 30분만 해도 좋아진다.”

-공부 잘한 분들은 스윙 이론도 아는 게 많다.
“이론 100가지 아는 사람 많다. 거기다 한 가지를 더 알려주면 101가지다. 1초 만에 끝나는 골프에서 101가지 생각을 어떻게 다 하는가. 다른 것 다 잊어버리고, 하나만 생각하자고 하는데 예전 머릿속에 넣은 지식을 빼지 못한다. 박인비는 스윙 이론이 아주 단순하다. 한때 드라이버 슬라이스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때는 아주 복잡했다. 지금은 그냥 들었다 내리는 정도로 생각한다. 단순한 사람이 잘 친다.”

-예전 제자였던 배상문은 지금 어떤가.
“배상문은 공이 비뚜로 가면 스윙을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좋지 않은 습관이다. 짐 퓨릭은 스윙이 일반적인 정상 스윙과는 차이가 있지만 잘하고 있다. 그도 한때 남들이 뭐라고 해서 스윙을 바꿨는데 성적이 급락해 다시 돌아갔다. 긴장했을 때도 편하게 할 수 있는 스윙이 가장 좋다. 배상문은 공이 비뚜로 나가면 펄쩍펄쩍 뛴다. 인비는 그냥 있는 그대로 친다. 배상문은 요즘 공도 더 멀리 나가고 장점도 많아졌다. 나쁜 습관만 없애면 다시 우승할 수 있다.”

-최근 방송에선 어릴 때 천재 평가를 받았던 한정은도 가르친다.
“어릴 때 아주 잘 친 선수들이 깊은 슬럼프에 빠지기도 한다. 남자 중엔 과거 민해식, 여자 중엔 한정은이 대표적이다. 골프라는 운동은 누구도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 골프 자체가 그런 것이다. 예전 타이거 우즈가 한국에 왔을 때 인터뷰한 적이 있다. ‘한 라운드에서 14번 드라이버를 칠 텐데 그중 잘 맞은 샷은 몇 번이나 되느냐’고 물었다. 그는 30초 정도 생각하더니 ‘한두 번 정도’라고 했다. 세계에서 골프를 가장 잘하는 사람도 그 정도인데 항상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생긴다. 어릴 때 잘하던 아이들은 자기만 못하던 선수가 커가면서 역전되면 참지 못한다. 그리고 숨어버린다. 자기가 골프를 항상 제일 잘한다는 건 일종의 교만이다. 무조건 겸손하라 한다.”

임진한. [요넥스 제공]

임진한. [요넥스 제공]

"TV, 유튜브 레슨 고지식하게 받아들이면 안돼"

-TV 레슨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따라 하다가 망가진 사람도 많다.
“폼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느낌만 따라 해야 한다. 바깥으로 빼라고 하는데 바깥이라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너무 고지식하게 받아들이면 힘들어진다. 퍼트할 때 손목 쓰지 말라는 건 맞는 말이긴 하지만, 몸이 유연하지 않은 아마추어들은 뒤땅치기 십상이다. 또한 방송에서 레슨 하는 분들이 너무 오래 하는 건 좋지 않다. 계속 똑같은 얘기를 하는 게 식상하니까 새로운 얘기를 해야 하는데 귀에는 솔깃할지 몰라도 골프를 망치게 할 수도 있다. 레슨을 하는 분들은 1년에 2달 정도 방송하고 10달은 쉬면서 다시 재정비하는 것이 맞다. 나도 터닝포인트를 너무 많이 했다. 좀 쉬어야 한다.”

-정작 조회 수 많은 임진한의 레슨은 다른 사람의 유튜브에 나온다.
“지인 중 레슨 콘텐츠를 부탁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기쁜 마음에 제공했다. 나는 코로나 감염증 사태가 해결되면 더 새롭고 재미있는 형식으로 유튜브를 시작할 계획이다. 재미있게 예능 방송 비슷하게 할 생각이다.”

-한국의 골프 코치들의 수준은 어떤가. 세계수준인가.
“열심히 한다. 가르치는 기술이나 사명감은 세계 정상급이다. 한국 코치들이 특히 LPGA투어에서 뛰어난 선수들을 배출하고 있다. 미국 골프 코치는 70대를 못 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비디오를 통해 눈으로 확인시켜주면서 인정을 받았다. 도구를 사용해서 쉽게 설명해주는 능력도 있다. 한국 코치들은 실력이 더 좋지만 그런 기술을 배울 필요가 있다.”

-연습장과 골프장에서 차이가 너무 크다.
“연습장에서 베이직 스윙만을 배워서는 절대 원하는 대로 갈 수 없는 것이 골프다. 내리막 오르막, 발끝 오르막 내리막 라이 등 상황이 다 다르다. 때에 따라 변칙 스윙도 필요하다.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골프와 인생은 너무나 똑같다. 순탄하게 산 사람이 있는가. 골프 라운드도 결코 마음먹은 대로 가지 않는다. 잘 친 게 나쁜 결과가 되기도 하고 잘못 친 게 결과적으로 잘 된 것일 수도 있다. 다들 그런 상황에서 리커버리하면서 가는 것이다. 골프는 실수가 나는 운동이다. 그 폭을 줄이는 게 기술이다.”

-직장인에게 팁을 준다면.
“골프장에서 어드레스할 때 어색하지 않고 편해야 한다. 사무실에서 연습할 수 있다. 발바닥에 체중이 내려간 채, 상체 힘이 빠져 있는 어드레스를 실제로 하거나, 이미지 트레이닝하는 건 회사에서도 할 수 있다. 또한 아마추어들은 쉽고 멀리 나가는 클럽 쓰는 게 좋다. 특히 아이언 거리 나는 게 중요하다. 훨씬 편하고 공략법이 달라진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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