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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자가격리자 손목밴드 인권침해 소지…도입 신중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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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자의 무단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손목밴드(전자팔찌)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방안이 시행될 경우 국가기관이 시민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신을 가두는 효과를 낳게 된다. 인권 침해의 소지가 적잖은 사안으로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어제 정례 브리핑에서 “대다수 국민께서 자가격리를 잘 지켜주고 계시지만 일부 이탈이 발생하고 있다”며 “손목밴드 등 전자정보의 도움을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자가격리 중인 사람은 4만6566명(6일 오후 6시 현재)에 달한다. 자가격리자 수는 최대 8만~9만 명 선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금까지 ‘자가격리 앱’을 통해 자가격리 대상자가 격리 구역을 벗어나면 경고음이 울리도록 해 이탈을 막아 왔으나 일부 휴대전화를 두고 외출하는 등의 사례가 잇따랐다.

정부가 검토 중인 손목밴드는 스마트폰과 연동된 위치 확인용 스마트 팔찌다. 정부는 “전자팔찌라고 하면 부정적 인식이 상당히 강한 표현”이라고 하지만 명칭과 관계없이 개인의 인신을 구속한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또한 감염병 관련 법률에 해당 조항이 없어 적법 절차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인이 동의한 경우에 한해 착용토록 한다고 해도 사회적 압력 등으로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런 우려 때문에 홍콩 말고는 스마트 팔찌 착용을 의무화한 곳은 없다. 그동안 개방형 방역을 강조해 온 정부 대응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대검은 어제 모든 격리조치 위반자를 원칙적으로 정식 재판에 넘기고 이들에게 징역형의 실형을 구형하겠다고 말했다. 또 “의도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격리를 거부하면 사후 음성반응이 나와도 구속 수사하겠다”고 했다. 현재까지 자가격리 지침을 어겨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으로 사법처리 절차가 진행 중인 사람은 75명으로 집계됐다. 아직은 현재의 법적 수단과 계도로 자가격리를 유도하고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자가격리자 스스로가 자신의 그릇된 행동이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수 있음을 명심하고 방역 대책에 협조하는 시민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개인의 자유는 책임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말하는 손목밴드든, 일반적으로 알려진 전자팔찌든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 놓는 게 옳다. 위급한 상황이란 이유로 한번 잘못된 제도가 도입되고 나면 시민의 자유를 통제할 수 있는 도구로 두고두고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