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진 제조업 경기전망…2009년 이후 최대 낙폭 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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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송파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시약 긴급사용 승인 기업 연구실을 방문해 관계자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문 대통령은 ’방역은 여러분으로부터 시작된다“고 격려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송파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시약 긴급사용 승인 기업 연구실을 방문해 관계자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문 대통령은 ’방역은 여러분으로부터 시작된다“고 격려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경기도 화성에서 면세점 쇼핑백을 만드는 A사는 올해 1~2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5%가량 줄었다. A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설 연휴 이후 신규 주문이 제로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A사는 건물과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직원들 월급을 주고 있지만 사태가 계속될 경우 폐업도 고민하고 있다.

# 부산에 위치한 자동차부품 제조사 B사는 코로나19 이후 수출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주요 수출국으로 향하는 항공편이 크게 줄어 운임이 급격하게 상승했고 그마저도 공간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 등 현지 공장으로 엔지니어를 파견해 공장설비 세팅 및 유지보수 작업 등을 해야 하는데 입국제한 조치로 활동의 제약이 크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22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I: Business Survey Index)’를 조사한 결과 지난 1분기보다 18포인트 하락한 57로 집계됐다고 2일 밝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의 55에 근접한 수치로 낙폭 역시 2009년 1분기(-24포인트) 이후 최대치다.

대한상의 기업경기전망지수는 100 이상이면 ‘이번 분기의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100 이하이면 그 반대다.

대한상의는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에 따른 매출 감소와 생산 차질이 자금 회수를 차단해 기업을 극심한 자금 압박에 몰아넣는 실물-금융 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미국·유럽 등지에서 감염병이 급속도로 퍼지는 등 장기화 추세를 보여 체감경기의 반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선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체감경기전망은 모두 큰 폭으로 내렸다. 2분기 수출기업의 경기전망지수는 63으로 전 분기보다 25포인트 하락했다. 내수기업의 경기전망지수는 56으로 전 분기와 비교해 15포인트 떨어졌다.

지역별 경기 전망지수. 자료=대한상의

지역별 경기 전망지수. 자료=대한상의

지역별 체감경기는 전국의 모든 지역이 기준치를 밑돌았다. 특히 코로나19로 2월 관광객이 40% 넘게 감소하는 등의 피해를 본 제주(43)와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발생률이 높은 경북(51), 대구(50), 충남(43) 등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업종별로는 감염병 피해가 큰 대구·경북지역에 밀집한 섬유·의류(45)를 포함해 기계(59), 자동차·부품(51)을 중심으로 모든 업종의 체감경기가 기준치를 밑돌았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코로나의 경제적 충격이 기업 규모와 내수-수출, 금융-실물과 관계없이 매우 광범위하고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장기화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정상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일시적 자금경색으로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일선 창구에서의 자금 집행 모니터링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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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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