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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필요 없다던 美, 뒤늦게 "티셔츠라도 잘라 써라"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월 중국의 한 시민이 천을 덧댄 임시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고 있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벌어진 미국에선 홈메이드 마스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2월 중국의 한 시민이 천을 덧댄 임시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고 있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벌어진 미국에선 홈메이드 마스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쓸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올린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마스크 얘기다.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확산하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미국인의 생활상도 바뀌는 모양새다.

지난달 30일 미국 오레곤 주의 한 간호사가 마스크 등 기본 의료 장비가 부족하다는 호소를 하고 있다. 이 간호사가 쓴 마스크 역시 직접 만든 것으로 보인다. [AP=연합뉴스]

지난달 30일 미국 오레곤 주의 한 간호사가 마스크 등 기본 의료 장비가 부족하다는 호소를 하고 있다. 이 간호사가 쓴 마스크 역시 직접 만든 것으로 보인다. [AP=연합뉴스]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는 일도 흔치 않은 데다가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를 한발 늦게 맞은 미국에선 마스크를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NYT는 “(한국의 KF-94 급인) N95마스크를 구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만약 갖고 있다고 해도 병원 등에 기증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적었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신종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미국인 사이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의식이 생기고 있다. 뉴욕주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 역시 “70세 이상이라면 마스크를 써서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문제는 마스크를 구할 수 없다는 점. NYT는 “마스크를 쓰고 싶다면 스스로 만들어 쓰는 수밖엔 없는 셈”이라고 보도했다.

마스크 품귀 현상에다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인해 다양한 셀프 보호법이 등장해왔다. 사진은 지난 2월 비닐봉투를 뒤집어 쓴 중국 여성. [EPA=연합뉴스]

마스크 품귀 현상에다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인해 다양한 셀프 보호법이 등장해왔다. 사진은 지난 2월 비닐봉투를 뒤집어 쓴 중국 여성. [EPA=연합뉴스]

어떻게 만들 것인가. NYT는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한 뒤 “되도록 두꺼운 천을 사용해 만드는 것이 좋다”며 “안 입는 두꺼운 면 티셔츠 등을 잘라 쓰는 것도 방법”이라고 전했다. 머리에 쓰는 두건의 일종인 반다나 활용법도 일각에서 언급되고 있다고 한다. NYT는 “반다나를 활용할 경우 (두께를 위해) 적어도 두 세 개는 덧대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이런 홈메이드 마스크의 효과는 어떨까. 버지니아 공대의 린지 마 박사는 NYT에 “아예 안 쓰는 것보단 나을 것”이라면서도 “의료용 마스크처럼 차단 효과가 아주 높은 마스크는 일반인들에겐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예일대에서 공공의료를 가르치는 로버트 헥트 박사는 NYT에 “이런 비상시국에선 얼굴을 마스크로 가려서 접촉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홈메이드 마스크는) 적어도 (감염 위험을) 악화시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천 마스크도 효과가 없지는 않다는 의미다.

그러나 홈메이드 마스크의 효과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콜럼비아대 의대의 싯달타무커지 박사는 NYT에 “마스크를 직접 만드는 건 강력히 권장하지는 않겠다”며 “뭔가를 해야 하긴 해야겠는데 뭘 해야 좋을지 몰라서 홈메이드 마스크라도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마스크에 대한 절대적 신봉은 금물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NYT는 “마스크를 썼건, 쓰지 않았건 바이러스에서 100% 안전하지 못하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보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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